하반기 한미훈련도 파행 가능성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늦어도 7월 하순까지 거의 모든 장병에 대한 코로나19 접종이 완료될 수 있고, 주한미군과 미 증원전력도 대부분 백신을 맞아 연합훈련의 정상적 실시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8월 연합훈련 축소를 남북대화와 북-미 협상 재개용 카드로 사용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군 관계자는 “4년째 지지부진한 연합훈련이 ‘협상칩’으로 계속 활용될 경우 대북방어태세 약화와 함께 북한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 3년째 멈춰선 대규모 기동훈련, 모의훈련도 파행 거듭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연합훈련은 중단·축소되기 일쑤였다. 2018년 남북·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미는 키리졸브(KR·CPX)·을지프리덤가디언(UFG·CPX)·독수리연습(FE·FTX) 등 3대 연합훈련을 모두 폐지하고, 연 2차례의 CPX만 진행 중이다. 이마저도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부터 취소·축소돼 ‘훈련다운 훈련’을 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매년 4월 실시하던 대규모 야외기동훈련인 독수리연습도 2019년 사라지면서 연합 실기동훈련은 대대급 이하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대규모 연합상륙훈련(쌍용훈련)과 연합공군훈련(맥스선더·비질런트에이스)도 북한 반발을 의식해 잇달아 축소·폐지됐다. 그 결과 한미 간 연대급 이상의 야외기동훈련은 3년째 전무한 실정이다.
○ 커져가는 한미 대북방어 ‘엇박자’·전투력 약화 경고음
연합훈련의 파행 장기화는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무엇보다 한미 양국군의 대북방어 ‘엇박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한미연합사령부 고위직을 지낸 한 예비역 장성은 “언어·문화를 비롯해 무기장비와 교리도 다른 한미 양국군이 전시에 ‘원팀’으로 움직이려면 정례적인 대규모 실기동훈련으로 손발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데 이를 폐지한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대급 이하 ‘약식 훈련’으로는 연합 전투태세 확립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주한미군 소식통은 “연합훈련이 수년째 파행되면서 한미 양국군 간 조직력과 유대감이 느슨해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부실한 연합훈련은 전투력 약화로 직결될 공산도 크다. 무기·병력을 대거 투입한 고강도 훈련을 도외시하면 한미 양국군이 실전에서 돌발사태에 원활히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사시 투입되는 미 증원전력의 한반도 지형 및 작전환경 숙달 수준도 목표치를 밑돌 소지가 적지 않다. 군 소식통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훈련이 아무리 정교해도 무기병력의 배치운용 등 실제 상황과는 간극이 클 수밖에 없다”며 “그 간극을 메우려면 전구급 규모의 대규모 야외기동훈련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만간 부임하는 폴 라캐머러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현 미 태평양육군사령관)도 지난달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실기동훈련(FTX)을 포함한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의에 “실제 훈련이 컴퓨터 모의훈련보다 훨씬 더 좋다”고 답한 바 있다. 실전 같은 고강도 기동훈련의 실시 여부에 따라 지휘관·장병들의 전투 노하우와 자신감도 현격하게 차이가 날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연합훈련의 지속적인 축소·중단은 북한에 ‘종이호랑이’로 비쳐져 오판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연합훈련은 양과 질에서 2018년까지와 비교해 크게 밑도는 수준”이라며 “이를 방치할 경우 머잖아 전투력 약화와 ‘안보 공백’이 가시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연합훈련의 ‘협상카드’ 남용은 독(毒)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직후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군 55만 명에 대한 백신 지원 계획을 밝히자 일각에선 연합훈련 정상화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한국군과 밀접 접촉하는 공간에서 근무하는 (주한)미군 보호를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내린 결정”이라는 미 국방부의 입장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실었다.
연합훈련이 대북 협상수단으로 남용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대북관계 개선을 위한 연합훈련의 연이은 축소·유예가 북한의 핵고도화와 연합방위태세 약화를 초래하는 독(毒)이 됐다는 것이다. 합참 작전본부장을 지낸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은 “연합훈련의 취소·연기·축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에 주력했다”며 “연합훈련을 조속히 정상화해서 대북 방어태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 안팎에서도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는 연합훈련 복원이라는 ‘상응 조치’로 대처하는 것이 ‘협상카드’로서의 효력을 담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