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청년 창업 <2> 제조업 창업에 뛰어든 청년들
맥주를 만든 뒤 남는 식품 부산물을 활용하는 기업인 리하베스트 민명준 대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민명준 리하베스트 대표(35)가 지난달 25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설명한 창업 초기 일화 중 하나다. 2019년 설립된 리하베스트는 맥주를 만든 뒤에 남는 보리 찌꺼기로 에너지 바와 피자 도 등을 만든다. 젊은 창업자들이 주로 정보기술(IT) 등 분야에 몰리는 상황에서 친환경을 접목한 제조업에 진출했다.
민 대표는 창업 전 회계 법인을 다녔다. 그때 식품 부산물을 재활용하는 창업을 구상했다. 해외 출장을 갔다가 쓸 수 있는 식품이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계기였다. 그는 “유럽에서는 샐러드드레싱 용도로 사과 씨앗만 쓰고, 나머지 사과를 통째로 버린다”며 “버려지는 식품을 활용하면 식품 산업의 ‘선순환’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2018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 준비에 나섰다.
불가사리로 친환경 제설제를 만드는 스타스테크 양승찬 대표. 두 사람 모두 ‘그린 창업’ 아이디어 하나만 가지고 스타트업의 불모지로 꼽히는 제조업 분야 창업에 도전했다. 스타스테크 제공
하지만 양 대표에게도 창업 과정은 험난했다. 공동 창업자들과 돈을 모아 부지를 임차해 공장을 세웠지만, 자동화 설비를 살 돈이 없어 초반엔 제품을 수동으로 만들었다. 낮에 영업하고 밤에 공장으로 달려가 날이 새도록 제품을 생산하는 게 일상이었다. 양 대표는 “납기일을 맞추려 매일같이 공장에서 밤을 새우다 보니 피로가 쌓여 큰 사고가 날 뻔한 적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리하베스트와 스타스테크가 주목받는 이유는 스타트업의 ‘불모지’로 불리는 제조업 분야에 안착했기 때문이다. 제조업 관련 스타트업은 생산설비를 갖추고, 정부가 요구하는 안전기준 등 각종 표준을 맞춰야 한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만 가지고 시장에 진입하는 게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제조업 분야에 뛰어드는 청년 스타트업의 경우 이런 부분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나온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우리나라 제조업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1차, 2차 협력업체가 사슬처럼 연결돼 생산 시스템이 유연하지 않다”며 “스타트업이 구상한 제품들을 원활하게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시장에 속속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