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살려주식시오’ 펴낸 박종석 정신과 전문의 인터뷰
5년간 주식에 빠져 약 4억 원 잃어 병원서 해고돼 극단 시도 생각도
주변인 응원과 삶의 의지로 극복… 젊은층의 주식-암호화폐 투자붐
뒤처질까 걱정하는 ‘포모증후군’… 중독 증상과 건전한 투자법 소개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지난달 31일 자신의 진료실에서 에세이 ‘살려주식시오’를 들고 있다. 그는 “심리 전문가라고 자부한 나마저 주식 투자로 쓰디쓴 실패를 겪었다”며 “절대로 돈을 잃지 않는 주식전략 따위는 없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지난달 31일 그가 운영하는 서울 구로구 연세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인터뷰를 했다. 박 원장은 담담히 자신의 실패담을 털어놓았다. “주식 생각만 하느라 업무에 소홀해 당시 다니던 병원에서 해고됐어요. 모든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극단적 시도까지 고민했죠. 인생이 망가졌어요.”
그는 지난달 20일 에세이 ‘살려주식시오’(위즈덤하우스)를 펴냈다. 최근 주식투자 성공사례를 담은 책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지만 이 책은 투자 중독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의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 중독 증상을 소개하고, 건전한 투자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그는 “주식투자로 돈을 벌면 강한 쾌감을 느낄 때 뇌에서 행복감을 주는 도파민이 분비된다”며 “도파민에 중독되면 다른 어떤 것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주식투자가 쾌락을 찾는 도박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주식투자 중독자가 하루 2, 3명씩 병원을 찾아오는데 대부분 삶이 파탄 직전이다”고 했다.
투자 실패 후 우울증에 빠진 그를 일상으로 돌아오게 한 건 친구와 연인이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인이 박 원장의 하소연을 매일 밤 들어줬다. 여자친구는 그가 운동을 하면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는 “재수 한번 안 하고 의대에 들어간 후 경험한 인생의 첫 실패여서 심리적으로 더 크게 추락했다. 창피해서 정신과 상담을 꺼렸는데 주변 사람들이 나를 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의 상담도 중요하지만 중독자에게 가장 필요한 건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응원과 일상을 되찾으려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주식과 암호화폐 투자를 소소하게 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철저하게 공부한 후 신중하게 투자하고 있다. 그는 “주식 투자에 모든 것을 다 걸기보다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일상이 유지된다”며 “운동 등 중독성이 약한 취미를 통해 투자 중독을 끊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