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희옥’의 보쌈. 이상황 씨 제공
이상황 배리와인 대표
하지만 좋은 술을 깨끗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즐길 만한 곳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은 듯합니다. 양식 레스토랑이 대부분이고 한식으로는 더 드물지요. ‘락희옥’은 다양한 종류의 술을 음식과 함께 즐기기에 적합한 곳으로 이제는 하나의 장르가 된 한식 주점의 선구자입니다. 맛집이면서도 굳이 주점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락희옥에서 술의 위치가 유별나기 때문입니다. 술 종류는 엄선한 전통주와 막걸리 외에 수제맥주와 약 50종의 와인이 준비돼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술이든 편하게 갖고 가서 마실 수 있으므로 평소 가까운 분들과 나누고 싶은 술이 있다면 그렇게 하셔도 됩니다.
‘코키지 프리’ 정책은 사실 락희옥의 본질과 맞닿아 있는 부분입니다. 락희옥의 뿌리는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의 개화옥입니다. 설립 당시는 대부분의 한식당이 한두 가지 소주와 맥주만 갖춰놓고 팔던 때라 와인을 마실 만한 곳이 거의 없었습니다. 양식당, 심지어 호텔 레스토랑조차 제대로 된 와인 리스트를 갖추지 못했던 시절입니다. 좋은 와인들을 선별해 저렴한 가격으로 마실 수 있는 개화옥은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가뭄에 단비이자 편안한 사랑방이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이어져온 김선희 락희옥 대표의 소신은 음식과 술은 언제나 함께 간다는 겁니다.
예전 서울 마포구 용강동에 있던 본점이 이전한 공덕동 마포본점을 비롯해 을지로점, 광화문점, 교대점에 이어 얼마 전 충북 제천의 ES리조트점도 열었습니다. 쉽지 않지만 맛은 어느 곳이나 거의 같습니다. 분위기는 지점마다 조금씩 다릅니다만 인테리어와 집기 그리고 벽에 걸린 예술작품을 직접 고른 김 대표의 안목은 여전합니다.
이상황 배리와인 대표 wine@verais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