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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돈의 팔촌까지 뒤진다’…부동산 투기 수익 몰수·고발 ‘초강수’

입력 | 2021-06-02 15:41:00

국세청, '부동산 투기 조사' 탈세 추징 사례
94건에 534억 추징…2건 연루자는 檢 고발




 검찰·경찰·국세청·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가 총출동한 정부의 부동산 투기 조사에서 개발지 토지를 여러 건 팔며 탈세한 공인 중개사, 기획 부동산 여러 곳을 운영하며 신도시 땅을 쪼개 판 중개업자 등이 적발됐다.

국세청은 투기자의 부동산 구매 자금이 어디서 났는지 ‘사돈의 팔촌까지’ 뒤질 기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촉발한 부동산 비리 사태에서 탈세자를 찾아내 편법으로 얻은 수익을 몰수하고, 고발까지 불사한다는 각오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투기 조사·수사 중간 결과 발표’ 브리핑을 열고 “지난달 말까지 2800여명을 수사해 34명을 구속하고, 총 908억원의 재산을 몰수·추징했다”면서 “이번 중간발표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기한을 두지 않고 성역 없이 수사하고, 조사하겠다”고 했다.

국세청은 지난 3월 ‘개발지 부동산 탈세 특별 조사단’을 설치하고, 조사 요원 200명을 투입해 전국 44개 개발지의 일정액 이상 토지 거래 내역을 분석해 탈세 혐의를 검증하고 있다. 현재 94건에 증여세·법인세 등 534억원을 추징하고, 2건에서는 연루자를 고발할 예정이다. 나머지 360건에 관해서도 신고 적정 여부를 꼼꼼히 검증하겠다는 각오다.

최근 조사 결과 개발지 탈세 의심자의 혐의 다수가 사실로 드러났다.

개발지에서 활동하는 공인 중개사 A씨는 중개·알선 수수료 수입을 줄여 신고했다. 국세청이 조사에 나선 결과 E씨가 개발지 토지 거래를 중개·알선한 뒤 영수증을 끊어주지 않는 방식으로 수억원의 수수료를, 세금 계산서를 미발급해 상가 임대료 수억원을 신고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E씨는 과태료 수억원을 부과 받았다.

부동산 중개업자 B씨는 가족·직원 등 명의로 여러 개의 ‘기획 부동산’을 차리고, 신도시 예정지 토지를 여러 사람에게 지분 형태로 쪼개 판 뒤 소득을 줄여 신고했다. 국세청이 조사한 결과 무직자 등 여러 명의를 빌려 가짜 수수료 수십억원을 지급한 것처럼 꾸몄고, 이를 현금으로 돌려받아 수입차를 타는 등 호화 사치 생활을 누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국세청은 A씨에게 법인세 등 수억원을 추징하고,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그를 고발하기로 했다.


30대 C씨는 신고 소득이 얼마 되지 않음에도 개발 예정지 토지 여러 곳을 사들였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국세청이 조사한 결과 법인 대표를 역임하며 고액 연봉을 받는 아버지, 주택을 지어 파는 업체를 운영하는 어머니로부터 수억원의 현금을 몰래 증여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국세청은 B씨에게 증여세 등 수억원을 추징했다.

신규 택지 개발지에서 부동산 시행사를 운영하는 D씨는 거래처에 분양 대행 수수료로 수십억원을 지급했다. 이 돈은 그대로 C씨의 자녀가 지분을 100% 보유한 회사로 분양 대행 수수료 명목으로 흘러들어갔다. 국세청은 이 회사가 C씨 거래처의 분양 업무를 대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법인세 등 수십억원을 추징하기로 했다.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E씨의 배우자·자녀는 개발지 토지와 건물 등을 다수 사들였다. 국세청이 D씨 가족의 자금 출처를 조사한 결과 제조업체에서 이들에게 같은 직급의 직원 대비 수십억원의 인건비를 더 줬고, 이 자금과 은행 대출금이 부동산을 구매하는 데 쓰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D씨는 법인세 등 수억원을 추징당할 예정이다.

사업자 F씨는 신고 소득이 적음에도 개발지에 있는 비싼 부동산을 취득했다. 비결은 이축권(개발 등의 이유로 건물을 인근 지역으로 옮겨 지을 수 있는 권리)자 명의. 이축권이 있는 원주민 명의로 개발지 농지를 매입하고, 지목을 바꿔 건물을 지은 뒤 원주민으로부터 소유권을 넘겨받은 것이다. F씨에게는 종합소득세 수억원이 추징됐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