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가 4월에 이어 5월에도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치인 2%를 웃돌자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하반기(7~12월)엔 개선될 것”이라며 우려를 잠재우고 있지만 급격한 경기 회복세로 고(高)물가 현상이 이어지면 기준금리 인상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추진하면 시중에 돈이 더 풀려 물가 급등을 촉진할 수 있단 전망도 제기된다.
● 정부 “하반기 물가압력 완화”라면서도 기대 인플레 우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2.6% 올라 9년 1개월 만에 최대 상승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5월 소비자물가 오름폭이 확대된 것은 기저효과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은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내외 기관의 연간 물가 전망치가 2%를 밑돈다는 점을 근거로 하반기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이날 정부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물가 관리 대책도 내놨다. 계란의 수입물량을 이번 달 5000만 개 이상으로 늘리고, 이달 말 종료되는 긴급할당관세 조치는 연말까지 연장한다. 가공식품용 쌀은 2만t을 추가로 시장에 공급한다. 원자재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위해 조달청이 보유한 비철금속 할인 물량을 이달 2만9000t 방출한다.
● 글로벌 인플레 공포에 ‘통화 긴축’ 빨라지나
정부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는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잦아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을 딛고 경제가 회복하는 과정에서 세계 주요국에서 물가가 치솟고 있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4.2% 상승했다. 2008년 9월 이후 약 13년 만에 최대폭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언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논의를 시작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에서도 소비자물가와 집값이 최근 3년 내 최고치다. 문제는 향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다.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은 이날 시장에서 2.1% 올라 배럴당 67.72달러에 거래됐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라 원유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관측에 약 2년 반 만의 최고치로 오른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물가 상승과 미국의 금리인상 등 국내외 여건을 감안하면 연내 한은이 금리 인상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봤다. 한은이 금리를 인상하면 사상 최대로 불어난 가계부채의 이자 부담이 커져 경제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세종=주애진기자 jaj@donga.com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