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실증도시 공모 최종 선정… 지역 업체 두 곳 제작 드론 활용 대덕산 3㎞ 반경 산악 임무 수행… 11월까지 시험비행 후 도입 검토
다음 달부터 대구 수성구 대덕산에서 실증 비행에 나서는 산불 진압용 드론이 지난해 6월 충남 공주시 충남산림자원연구소에서 시험 운항하는 모습(왼쪽 사진). 지난해 11월 대구 수성구 수성못에서 열린 아트쇼에서 드론 100여대가 수성구 미래 비전(SKY Free City)을 불빛으로 밝히고 있다. 수성구 제공
대구 수성구 대덕산 자락의 한 텃밭. 배추, 무를 재배하다 산기슭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듣게 된 김정호(가명·64) 씨. 불안해하던 그때 자신의 몸집보다 3배가량 큰 멧돼지 한 마리가 나타나 밭을 파헤친다. 공포에 얼어붙어 도망가지도 못하고 있는데 하늘에서 드론(무인비행장치) 한 대가 날아온다. 곧바로 굉음이 울렸고 멧돼지는 달아난다.
수성구 욱수골 등산로 들판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른다. 누군가 버린 담배꽁초 때문에 산불이 난 것. 하늘 위에 떠있던 드론이 순식간에 화재 지점으로 날아가 소화탄을 쏘고 불길을 막는다. 드론이 송출한 영상을 받은 수성구 상황실은 119에 신고해 상황을 마무리한다.
이처럼 영화 같은 이야기가 곧 현실이 되는 날이 머지않았다. 대구 수성구는 이 같은 미래 드론 도시를 꿈꾸고 있다.
국내 업체가 개발한 드론의 상용화를 지방자치단체가 시험하는 민관 협력 방식이다. 수성구는 대구경북에서 처음으로 이 사업에 선정돼 사업비 6억7000만 원을 확보했다.
지역 드론 생산 업체인 ㈜제이디랩과 ㈜그리폰다이나믹스가 제작한 산악용 드론으로 다음 달부터 11월까지 실증 비행을 실시한다.
윤희훈 수성구 정책추진단장은 “수성구 면적 76.5km²의 절반이 임야로 산악용 드론 실증에 더없이 좋은 환경을 갖췄다. 게다가 수성구가 드론 기반 미래 비전을 세운 만큼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드론은 대덕산 반경 3km를 중심으로 산불 감시와 유해 조수 퇴치, 조난자 구조 등 크게 3가지 임무를 수행한다.
산불 감시 드론은 장착한 카메라로 주변 상황을 살핀다. 탑재한 소화탄으로 화재 조기 진압이 가능하다. 유해 조수 퇴치 드론은 산지 주변 농가와 텃밭에 피해를 주는 야생동물이 나타나면 저공비행하며 굉음과 불빛을 이용해 내쫓는다. 조난자 구조 드론은 산행을 하다가 부상을 입은 조난자를 발견하고 구조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구호 물품을 전달한다.
수성구는 드론 도시 조성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2028년 드론 택시 상용화 등을 목표로 하는 ‘SKY Free City’ 비전을 선포했다. 수성못∼용지봉 구간에서 화물과 관광객을 운송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다. 수성알파시티 내 정보통신기술 기업과 연계해 드론 관련 산업을 키우는 것이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준공 이후 대구와 공항을 오가는 드론 택시의 스카이포트를 유치할 계획이다. 이 스카이포트를 문화관광과 쇼핑 비즈니스 기능을 융합한 복합시설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수성구는 드론 관련 사업 및 업무 추진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1월 전담 부서인 정책추진단을 신설했다.
김대권 수성구청장은 “수성구의 미래 드론 비전이 큰 발걸음을 내딛게 됐다. 기초지자체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도록 민관의 지혜를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