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실 씨가 서울 뚝섬 한강공원에서 사이클을 타고 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떨쳐내기 위해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탄 그는 갱년기도 잘 넘기고 있다고 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양종구 논설위원
“살기에 바빠 허리 디스크 통증 완화를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기본적인 건강만 챙기고 있었죠. 가까운 사람과의 갈등 등으로 너무 힘들어 돌파구가 필요할 때 자전거 붐이 일었어요. 혼자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운동이라 생각했습니다.”
자전거 교실은 생각도 못 하고 무작정 혼자 자전거에 올랐다. 브레이크와 기어도 구분하지 못해 숱하게 넘어지면서 타는 법을 익혔다. MTB를 1년 정도 탄 뒤 도로 사이클로 바꿨다. 사이클이 날렵하고 자세도 잘 나온다. 최근 젊은층은 멋진 모습의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고 싶은 욕구에 사이클로 몰리고 있다. 사실 황 씨도 처음부터 사이클을 타고 싶었지만 안전을 위해 MTB를 택했다. 그는 “MTB로 타는 법을 배운 뒤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사이클을 타고 싶어 바꿨다”고 했다.
자전거가 주는 새로운 세계의 감동을 생각하면 계단 오르고 내리는 수고는 소소하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자전거는 신세계입니다. 페달만 밟으면 가고 싶은 곳을 다 갈 수 있죠. 50km, 100km 거리는 중요하지 않아요.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는 볼 수 없는 풍광도 감상할 수 있어요. 디테일이 살아있다고 할까요. 여기저기 유명한 맛집도 찾아다니고요.”
장거리 라이딩을 본격적으로 즐기기 위해 클릿페달을 장착해 도전하고 있다.
3월부터는 자전거 교육 및 콘텐츠 사업을 하는 케이벨로(kvelo)를 찾아 자전거 공부를 하고 있다. 황 씨는 “사이클을 제대로 타려면 클릿슈즈를 신어야 한다. 페달과 슈즈를 연결해주는 클릿을 넣고 빼는 것은 혼자 배우기 힘들어 케이벨로를 찾았다”고 말했다. 당초 클릿슈즈 사용법만 배우려 했는데 자전거 안전의 기본까지 익히며 또 다른 즐거움을 얻었다. 그는 “솔직히 독학으로 자전거를 배우다 보니 상황에 따라 불안한 측면이 있었다. 안전수칙을 배우고 나니 심적으로 안정됐고 안 보이던 풍경도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황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로 안전하다고 알려진 자전거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기본을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사고가 많다”고 했다. 헬멧 등 기본장비를 갖추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한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따릉이를 타거나, 연인끼리 나란히 타다 반대편에서 오는 자전거와 충돌 사고가 난다. 어르신들은 막걸리 한잔하고 비틀거리다 넘어지기도 한다. 그는 “자전거도 안전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평일이나 주말 마음갈 때마다 뚝섬 한강시민공원을 찾는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황 씨는 갱년기를 앞둔 여성들에게 자전거를 권했다. 그는 “전업주부들의 경우 갱년기 때 우울증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집안일에만 몰두하다 애들이 성장해 품 밖으로 나가면 허무해지고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른다. 이때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운동을 취미로 가지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신없이 살다 갱년기가 왔을 때 건강도 챙기며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자전거라는 얘기다. 그는 “자전거를 사야 하고 배워야 하는 등 약간의 진입장벽은 있다. 하지만 취미로 어떤 것을 시작해도 초반엔 투자가 필요하다. 자전거는 한번 투자하면 추가 비용은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트레스 받을 때 자전거 타고 신나게 달리면 온갖 잡념이 사라지고 에너지가 솟는다”고 말했다.
운동생리학적으로 운동을 하면 뇌신경 성장 인자인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가 생성돼 뇌가 각종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다. 신체건강이 곧 정신건강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또 100세 시대에 사이클 같은 운동이 취미가 된다면 여가생활을 즐기면서 건강도 챙길 수 있어 일석이조가 될 수 있다.
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