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새 13종 → 67종 급증… 2001년 ‘고전’ 재출간 요청도 2018년 ‘죽고싶지만…’ 성공후 에세이 인기 전문가들의 분석 곁들인 신간도 속속 나와 “독자들, 치료법-대안 모색할 전문서도 찾아”
“이 책 꼭 읽고 싶습니다. 재출간해 주세요.”
올 초부터 약 넉 달 동안 양희정 민음사 인문교양팀 부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전화로 이런 요청을 수십 건 받았다. 2001년 처음 출간된 ‘한낮의 우울’ 개정판이 지난달에 나오기 전까지 잠시 절판된 데 따른 것. 이 책에서 미국 작가 앤드루 솔로몬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인문학 시각을 담아 우울증을 깊이 있게 분석했다. 개정판은 1028쪽에 달하는 소위 ‘벽돌책’이지만 우울증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는 독자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 양 부장은 “민음사 역사상 단시간에 재출간 문의가 이렇게 많이 들어온 책은 처음”이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책의 인기가 더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울증을 다룬 책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코로나 블루’ 등의 여파에 따른 것이다. 우울증 관련 책 출간도 꾸준히 늘고 있다. 2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우울증을 다룬 신간은 2016년 13종에서 지난해 67종으로 크게 늘었다. 김현정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담당자는 “주로 에세이와 교양서 분야에서 우울증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일반인들의 에세이를 넘어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분석이 곁들여진 신간이 속속 나오고 있다. 석정호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3월에 내놓은 ‘내 마음과 화해하기’(유어마인드)는 우울증의 원인과 증상을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김붕년 서울대 의대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가 4월에 펴낸 ‘10대 놀라운 뇌 불안한 뇌 아픈 뇌’(코리아닷컴)는 10대들이 우울증에 걸리는 이유와 행동 패턴을 알기 쉽게 풀어 썼다.
김현경 코리아닷컴 편집자는 “독자들이 우울증의 현상뿐만 아니라 치료법과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전문서를 찾고 있다”며 “일반인이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은 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객관적 시각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전문서의 이점”이라고 말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