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소비자물가 2.6%↑… 9년만에 최고 상승 정부 “작년 유가하락 따른 기저효과”… 계란 수입 확대 등 관리대책도 내놔 美-獨-佛 등도 동시에 물가 상승… 연준 등도 자산매입 축소 만지작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2.6% 올라 9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물가 상승률이 2개월 연속 2%를 웃돌자 정부는 “하반기(7∼12월)엔 물가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잠재우고 나섰다. 하지만 급격한 경기 회복세로 고(高)물가가 이어지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정부 “일시적 상승”이라면서도 기대인플레 우려
통계청은 5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07.46으로 작년 같은 달 대비 2.6% 올랐다고 2일 밝혔다. 2012년 4월(2.6%)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작황 부진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오름세를 이어가는 데다 지난해 국제유가가 급락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해 (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장바구니 물가’인 농축수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12.1% 올라 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파(130.5%), 마늘(53.0%) 등 채소 값이 뛰며 농산물 가격이 16.6% 올랐다. 석유류 가격이 23.3% 급등해 공업제품 물가는 3.1% 올랐다. 재료비 인상으로 외식 등 개인서비스 물가도 2.5% 상승했다. 가정에서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지난달 3.3% 올라 상승률이 2017년 8월 이후 처음으로 3%를 넘었다.
○ 글로벌 인플레 공포에 ‘통화 긴축’ 빨라지나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확대되며 소비 심리가 빠르게 회복돼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여당이 추진하는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편성되면 소비 심리가 더 자극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세계적인 물가 상승세도 정부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4.2% 상승했다. 2008년 9월 이후 약 13년 만에 최대로 올랐다. 물가가 예상보다 크게 오르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언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논의를 시작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도 소비자물가와 집값이 최근 3년 내 최고치로 올라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로 국제 원자재 가격도 상승세다.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이날 시장에서 2.1% 올라 약 2년 만의 최고치인 배럴당 67.72달러에 거래됐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외 여건을 감안하면 연내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봤다. 금리가 오르면 사상 최대로 불어난 가계부채의 이자 부담이 커져 한국 경제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 뉴욕=유재동 / 파리=김윤종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