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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애니’ 도전 미야자키 감독 “2D든 3D든 지브리 정신 이어갈것”

입력 | 2021-06-03 03:00:00

‘2D 애니’ 대명사 日지브리 스튜디오, 첫 3D 애니 ‘아야와 마녀’ 10일 개봉
“일본 저출산-고령화 사회상 담아… 주인공 아야, 어른 조종 파워 갖춰
지브리엔 ‘보수적-혁신적’ 공존… 父 하야오 감독은 2D로 제작중”



10일 개봉하는 ‘아야와 마녀’에서 주인공 소녀 아야(왼쪽 사진 왼쪽), 말하는 고양이 토마스가 마녀 벨라가 만드는 연두색 마법 물약에서 빛이 나자 놀라는 장면. 지브리 스튜디오가 6년 만에 선보이는 이 신작 영화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장남인 미야자키 고로 감독(오른쪽 사진)이 제작했다. 리틀빅픽쳐스·대원미디어 제공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서정적인 감성의 2차원(2D) 애니메이션의 대명사였던 일본 지브리 스튜디오가 지브리 역사상 최초로 3D 애니메이션을 선보였다. 지브리를 세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80)의 장남인 미야자키 고로 감독(54)이 제작한 ‘아야와 마녀’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원작 소설 저자인 다이애나 윈 존스의 소설 ‘이어위그와 마녀’가 원작이다. ‘하야오 감독의 후계자 찾기’가 요원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평가를 면치 못했던 지브리는 최초의 3D 애니메이션으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까.

10일 개봉하는 영화는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을 거두는 ‘성 모어발트의 집’에 맡겨진 말괄량이 소녀 아야가 10세 되던 해 마법사 부부 벨라와 맨드레이크를 만나고, 이들의 저택에서 함께 살면서 벨라를 돕는 조건으로 마법을 배우는 과정을 담았다.

2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화상 간담회에서 고로 감독은 아야와 마녀의 제작이 지브리에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TV 애니메이션 ‘산적의 딸 로냐’를 지브리가 아닌 다른 스튜디오와 함께 3D로 작업한 경험이 있다. 이후 지브리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면 3D로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스즈키 도시오 PD도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고 해 진행하게 됐다”고 했다. 스즈키 도시오는 지브리의 PD이자 대표이사다.

애니메이션 시장에서는 디즈니·픽사의 작품들로 대표되는 3D가 주류가 된 지 오래지만 지브리는 한 장 한 장을 손으로 그리는 2D 방식의 제작을 고수해왔다. 3D는 2D에 비해 제작 효율이 높고, 입체적인 표현이 가능해 생동감 있는 장면을 연출하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3D와는 확연히 다른 지브리 특유의 아날로그적 그림체와 캐릭터는 팬들의 지속적인 응원을 받았다. 고로 감독은 “지브리 내에는 보수적인 면과 혁신적인 면이 모두 있다. 지브리는 지속적으로 3D 애니메이션을 만들 것이다. 다만 2D를 버린다는 건 아니다. 하야오 감독은 현재 2D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다. 두 가지를 모두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야와 마녀를 기획한 하야오 감독은 원작 소설인 이어위그와 마녀에 매료돼 6번이나 소설을 정독했다고 한다. 고로 감독 역시 원작 주인공 이어위그(영화 속 아야)의 당돌함이 맘에 들어 감독을 맡았다.

고로 감독은 “일본은 아이들이 적어지고 노인이 많아지고 있다. 아이들이 사회에 나왔을 때 굉장히 많은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 마녀의 집에 가게 돼 어른 두 명을 상대해야 하는 아야의 처지가 현재 일본의 어린이들이 마주한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아야는 전형적인 유형의 착한 아이가 아니라 사람을 조종해 본인의 바람을 이루려 하는, 굉장히 힘이 있는 아이다. 실제로도 어린이들이 어른을 조종해서라도 원하는 것을 얻는 힘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첫 3D 애니메이션 도전은 지브리 스튜디오에 어떤 숙제를 남겼을까. 고로 감독은 “2D만 해왔기에 아야와 마녀의 결과를 예측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작품이 완성된 뒤 지브리 내 많은 분들이 호의적으로 평가했고 하야오 감독도 재미있다고 했다. 우리도 3D 애니메이션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새로운 도전을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작 시스템 개선을 통해 앞으로 어떻게 가능성을 넓혀갈지가 숙제다. 2D든 3D든 지브리 작품이라는 것에는 차이가 없다. 어느 쪽으로 가든 지브리의 정신은 이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