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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남친’ 2시간 차량감금·폭행…창문으로 도망간 여자친구

입력 | 2021-06-03 09:07:00

전 남친 문제로 말다툼 끝에 감금·폭행
"네 가족도 가만두지 않겠다" 등 폭언
차량 창문 통해 빠져나가…"가혹행위"




말다툼을 한 여자친구를 감금한 상태에서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에게 1심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고충정)는 지난달 28일 폭행·중감금치상·전자기록등손괴·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정보통신망침해등)·사기 혐의로 기소된 30대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A씨와 여자친구 B씨는 지난해 5월20일 오전 4시30분께 승용차를 타고 가던 중 B씨의 전 남자친구 문제로 말다툼을 하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화가 난 A씨는 서울 중랑구 한 매장 인근에 승용차를 정차한 뒤 손으로 B씨의 뺨과 머리를 수회에 걸쳐 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잃을게 없는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지 두고봐라”, “네 가족도 가만두지 않겠다” 등 폭언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겁에 질린 B씨가 차에서 내려 도망가려 하자 잠금장치 버튼을 눌러 창문과 조수석문을 잠그고 차를 출발한 뒤 또다시 폭행을 이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네가 울면서 살려달라고 해도 나는 너를 죽일 것이다”, “어차피 헤어질 건데 절대 좋게 못 끝낸다” 등 위협을 이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B씨가 다시 조수석 문을 열고 탈출하려고 하자 이번엔 목을 조르며 차에서 내리지 못하게 했고, 차가 노상에 잠시 정차한 틈을 타 B씨가 도망치자 뒤따라 나와 재차 감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같은 날 오전 7시께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 부근에서 A씨가 잠시 정차한 틈에 창문을 통해 차에서 뛰어내렸고, B씨를 따라가던 A씨가 행인들이 쳐다보자 포기하고 돌아가면서 2시간여에 걸친 가혹행위가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우측 어깨관절의 염좌 및 긴장 등의 상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A씨는 B씨가 도망치면서 차에 놓고 간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과 동영상 등을 삭제하고, 자동 로그인되는 B씨 계정의 이메일과 카카오톡 등에 무단으로 접속하거나 열람한 혐의도 있다.

한편 A씨는 이 사건과 별개로 베트남에서 중장비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C씨에게 대금을 지급하면 크레인을 구입해 보내겠다고 속인 뒤 약 3200만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돼 사기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A씨 측은 법정에서 폭행의 경위와 강도를 비춰볼 때 중감금죄에서 말하는 가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폐쇄된 공간에서 피해자가 느낀 공포와 불안의 정도가 극심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가혹한 행위를 가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죄질이 좋지 않고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또 사기 범행과 관련해 피해액이 적지 않은 점은 불리한 정상”이라고 말했다.

다만 “A씨가 범행을 대체로 인정하고 반성하며 피해자들과 상당한 금액을 지급하고 합의한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라며 양형이유를 전했다.

A씨 혐의 중 반의사불벌죄인 폭행 부분은 B씨의 처벌 불원 합의서 제출로 공소기각됐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