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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공군 성추행 회유·은폐·거짓보고 가담자 모두 엄벌하라

입력 | 2021-06-04 00:00:00

문재인 대통령이 3일 공군 부사관 성추행 피해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엄정 수사를 지시한 가운데 피해자 유족 측이 전날 구속 수감된 장모 중사 외에도 다른 부대원으로부터 추가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을 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국방부 제공


상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이 이전에도 두 차례 성추행 피해를 당했고 그때도 상관들로부터 합의를 종용받았다고 한다. 유족 측은 어제 관련자 3명을 국방부 검찰단에 추가 고소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절망스러웠을 피해자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부대의 조치, 2차 가해, 피해호소 묵살 등을 엄정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최고 상급자’까지 지휘라인 책임도 밝히라고 했다.

군대에서 또다시 발생한 성범죄도 충격적이지만 조직적 은폐와 무마 시도가 있었다는 사실은 말문을 닫게 한다. 성추행 피해를 당하고 정신적 고통과 불안을 겪던 피해자가 상관들의 회유 압박에 느꼈을 공포심은 그의 영혼을 철저히 파괴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회유는 비단 피해자뿐 아니라 가족에까지 있었다고 한다. “살면서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말이 얼마나 잔인하게 들렸을까. 회유에 나선 상관은 과거 성추행의 가해자였다는 주장도 나왔다.

해당 부대 측은 피해자의 고발에도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등 피해자 보호조치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피해자가 고통을 호소한 끝에 옮겨간 부대에서도 별다른 보호조치가 없었고 그는 ‘관심병사(문제인물)’ 취급을 당했다고 한다. 문제가 생기면 무작정 덮으려고만 하는 군의 고질적 병폐는 기본적인 보호 시스템마저 무력화시킨 것이다. 그 사이 피해자는 끔찍한 2차 가해에 시달려야 했다.

부실수사 의혹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부대 군사경찰은 국방부에 최초로 보고하면서 성추행 피해 사실을 누락한 채 ‘단순 사망’으로 보고했고, 핵심 증거인 가해자 휴대전화도 피해자 사망 9일 만에야 확보했다. 성추행 정황이 담긴 차량 블랙박스는 유족 측이 확보해 제출하는 촌극마저 벌어졌다. 이 모든 게 엄격한 상명하복의 위계질서와 외부로부터 격리된 폐쇄적 조직문화가 지배하는 군대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군 당국은 국방부와 군검찰, 군사경찰로 사실상 합동수사단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2주간을 성폭력 피해 특별신고기간으로 정했다. 이번에도 요란한 종합대책, 특단조치가 나오겠지만 늘 그랬듯 그때뿐일 것이다. 군의 후진적 성인지 문화, 남성 중심의 경직된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유사한 사건은 언제든 재발할 수밖에 없다. 성범죄 대응만큼은 민간 참여를 보장하는 등 근본적 전환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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