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옥스퍼드대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뒤 생산해 보급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이는 같은 시기 서울의 대형 A병원 상황과 대조적이다. A병원에서도 젊은 의료진 사이에서 접종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결국 절반가량만 백신을 맞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둘러싼 논란이 많은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이 접종됐기 때문이다. 덕분에 가짜 뉴스로 인해 가장 많은 오해가 생긴 백신이 됐다.
첫 번째 오해는 효능이 낮기 때문에 가격이 싸다는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공급가격은 4달러(약 4400원) 정도다. 화이자 백신 19.5달러(약 2만1600원)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모더나 백신과 비교해도 10분의 1 가격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싼 이유는 효능 때문이 아니다. 영국 옥스퍼드대 결정 덕분이다. 옥스퍼드대는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의 판매 및 글로벌 공급을 위한 파트너사 선정 때 조건을 걸었다. 백신 판매를 통해 수익을 추구하지 않는 기업에 주겠다는 것이었다. 백신은 개발비가 수조 원에 이르고 수익은 다른 약에 비해 좋지 않다. 수익성이 낮으면 제약사가 개발이나 공급을 꺼릴 수밖에 없다. 결국 저렴한 가격은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이른바 ‘비영리 백신’을 제공하겠다는 목표 때문에 가능했다.
부작용에 대한 오해도 많다. 하지만 영국 정부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으로 인한 혈전 발생 위험은 100만 명당 4명,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혈전 발생 가능성은 100만 명당 1명 정도다. 국내는 영국의 3분의 1 수준으로 혈전 발생 가능성이 더 낮다. 혈전은 경구피임약을 복용할 때나 흡연 시에도 나타날 수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피임약으로 인한 혈전 발생 빈도는 약 0.09%,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0.0004%다. 백신으로 인한 희귀 혈전도 현재 치료 가이드라인이 잘 마련돼 있어 신속히 대처하면 치료가 가능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 후 사망자’가 화이자 백신보다 많다고 알려진 것 역시 ‘연령 보정’을 하지 않은 것이다. 5000만 명 넘게 백신을 맞은 영국에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화이자 백신 접종자 비율이 3 대 2 수준이다. 또 60세 이상은 대부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기 때문에 접종 후 사망자 발표에서도 연령 보정을 해야 한다. 백신 인과관계가 없어도 자연 사망자는 고령층에 많기 때문에 연령 보정이 없다면 아스트라제네카의 사망 신고율이 화이자보다 더 높게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백신과 방역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이 때문에 여러 요소가 개입되곤 한다. 심지어 정치적 성향에 따라 백신 접종 여부가 갈리기도 한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백신 접종은 과학과 의학 영역임에도 정치적인 시각에 따라 백신 접종이 갈리는 것은 안타깝다”면서 “의사와 전문가들이 전 세계의 부작용과 국내 부작용을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으니 안심하고 백신 접종을 꼭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