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 기자
독일 폭스바겐은 이미 2019년에 첫 전용 전기차를 공개했고 현대차·기아도 올해 새로운 내·외장 디자인을 내세운 전용 전기차를 내놓았다. 미국에서도 포드가 SK이노베이션과, 제너럴모터스(GM)가 LG화학과 협력해 배터리 확보에 나서면서 속력을 내고 있다. 전기차 전환에 내연기관차 시대의 공룡 기업이 모두 올라타는 모양새다.
지금 전기차 시장의 최대 화두는 한 번 충전해서 갈 수 있는 최대 주행거리와 충전을 둘러싼 불편을 줄이는 문제다. 하지만 최대 주행거리 같은 성능은 배터리가 좌우한다. 배터리 기업의 손에 쥐인 역량이다. 충전소를 늘리는 것도 국가적·사회적 인프라 문제에 가깝다.
그걸로 충분할까. 아니다. 전기차 시대의 자동차는 소프트웨어라는 새로운 가치를 담아야 한다. 올해 초 한국과 일본 주요 완성차 업체의 주가를 들었다 놨다 했던 애플카 논란이 이를 분명하게 보여줬다. 애플카에 대한 기대는 차에 쓰이는 사용자 인터페이스, 곧 소프트웨어가 얼마나 달라질 것이냐가 핵심이다. ‘아이폰-아이패드-맥북’으로 보여준 애플의 편의성·연결성·신뢰성·보안성이 자동차에 구현되면 얼마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다.
디자인·성능·가격 경쟁력에 새로운 소프트웨어, 이 모두는 결국 브랜드로 수렴된다. 차를 고르는 소비자들의 마음 가장 밑바닥에 깔리는 요소도 실은 브랜드다. 같은 독일차여도 폭스바겐의 ‘VW’ 로고와 메르세데스벤츠의 삼각별 로고에 치를 수 있는 돈은 다르다. 같은 기업이 만들어도 현대 브랜드 로고의 차와 제네시스 브랜드 로고의 차는 가격이 판이하다.
독일의 카를 벤츠는 1886년 내연기관 자동차의 첫 특허를 받았다. 그렇게 태동된 자동차는 미국의 대량생산체제와 결합해 인간의 동반자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100년이 넘는 내연기관차 시대에 구축된 완성차 브랜드는 내연기관을 중심으로 하는 차의 기계적 성능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전기차는 흔들릴 것 같지 않던 이 구도를 뒤흔들고 있다. 전기차 기술은 물론이고 소프트웨어 기술까지 선도하고 있는 테슬라의 상징은 전기모터의 단면을 형상화한 ‘T’자 로고다. 테슬라의 이 로고는 오랫동안 고급차의 대명사였던 삼각별 로고보다 훨씬 강력해졌다. 전기차 격변기에는 어떤 브랜드가 떠오르고 가라앉을까. 앞으로 몇 년간의 전기차 경쟁에 많은 것이 달려 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