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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져 있지만, 더 가까워진 우리[이즈미의 한국 블로그]

입력 | 2021-06-04 03:00:00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소회의실을 통해 다른 학번, 다른 전공자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실은 대면 수업할 때 늘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끼리만 같이 앉아 얘기를 나누곤 했거든요.”

대부분의 대학교는 일부 실기 수업을 제외하고, 아직 비대면 수업을 하고 있다. 내가 속한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역시 온라인 줌(zoom)으로 수업한다. 이번 주 종강을 앞두고 학생들에게 온라인 수업 후기를 물었더니 ‘소회의실’ 활용이 좋았다고 한다. “학우들과 친해졌다” “잘하는 친구가 많이 도와줬다” “배운 내용을 활용할 수 있었다”는 이유였다.

‘소회의실’이란 줌으로 수업을 진행할 때 같은 시간에 하나의 계정을 통해서 여러 그룹을 만들어 그룹 활동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1학기 중간부터 일부 도입하다가 학생들의 반응이 좋아 특히 어학 수업에서 많이 활용하고 있다. 보통 3시간 동안의 수업 중 4번에서 5번 정도 서너 명씩 파트너를 바꿔가며 소회의실을 운영하고, 이를 통해 대면 수업 못지않은 효과를 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하자 교육 현장은 혼란스러웠고, 온라인 강의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잇따랐다. “온라인 수업의 질이 보장되지 않는다” “무성의한 온라인 강의를 들으면서 학기당 등록금 수백만 원을 내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었다. 아르바이트 자리까지 줄어 생활이 어려워져 휴학한 학생도 많아졌고, 심지어는 자퇴하는 경우도 있었다.

“학교에 가지 못하는 슬픔은 극복할 수 없어요.” 20학번 어느 여학생이 이렇게 속내를 털어놨다. 20학번 학생들은 입학식을 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비대면 수업만으로 대학생활의 3학기가 지나가고 있다. 이 학생은 학교에 너무 가고 싶어 혼자 두 번 가본 게 전부라고 한다. 이런 이야길 듣다 보니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코로나19가 3학기째 이어지다 보니 기술적인 부분은 어느 정도 해결됐다. 그러자 대학생들이 안고 있는 문제 중 ‘불안함’과 ‘고독’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정상적인 대학생활을 모르는 20학번, 21학번 학생들을 보면서.

이번 학기에는 몇 가지 목표를 세웠는데 그중 하나가 ‘소통’이다. 만남의 기회가 적은 만큼, 일방적으로 진행하기 쉬운 수업을 쌍방향이 되도록 노력했다. 이들이 유일하게 사람들과 만나는 순간인 수업 시간을 그 ‘소통의 기회’로 삼고자 했다. ‘소회의실’ 기능 활용도 그중의 하나였고 소통의 도구라고도 할 수 있는 어학 학습에는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중요한 것은 기술적인 면뿐 아니라 온라인의 특성을 살려 효과를 본 부분을 강화하고, 온라인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은 차라리 포기하거나 교실 외 활동으로 보충하기로 한 것이다. 강의 중 습득한 지식을 필기시험으로 확인하는 것은 포기했다. 단어시험 등은 얼마든지 부정행위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대신 나는 중간시험을 모두 구두시험으로 진행했다. 한 명에 15분씩 또는 두 명에 30분씩, 그렇게 인원수가 많은 학급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하루 종일 시험을 치르기도 했다. 어학뿐 아니라 문화 수업에서도 구두로 시험을 진행했고, 다음 주부터 시작할 기말시험도 마찬가지다.

비대면의 한계를 소통으로 극복하려는 노력으로 온라인 화면은 넓은 교실보다 학생들과의 거리를 더 가깝게 했다. 대면 수업 강의실에선 조용히 앉아만 있던 학생들도 15인치 모니터 안에선 얼굴을 나란히 했다. 내 강의에 참여하는 학생 35명이 여러 번의 소회의실 활동을 하며 모두 이야기하고 소통한다. 나는 출석부를 앞에 놓고 학생들에게 발표 기회가 골고루 갈 수 있도록 이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일본어를 좋아하게 되었고, 수업 시간에 말할 기회가 늘어 어학 능력도 성장했다. 목소리를 내는 기회를 통해 온라인 소통 능력이 향상됐다. 이것은 코로나19가 끝난 후에도 활용될 온라인 면접, 온라인 회의, 온라인 행사에 유용할 것이다. 결과가 객관적으로 검증되진 않았지만 나는 학생들의 성장을 보았다. “일본어를 좋아하게 됐다” “즐거운 수업이었다” “전보다 일본어를 잘하게 됐다” 등 학생들의 소감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봄부터 교육 현장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아직 다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새로운 배움을 얻기도 한다. 공간을 초월하는 ‘온라인 모임’은 분명히 코로나19 이후에도 이어질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현실에 적응하며 진화해 나간다.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