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첫 배에서 만났던 S 씨는 정말이지 목을 너무 많이 돌린다. 이야기를 할 때 10분에 10번 정도는 돌린다. 상대방이 머리를 자꾸 돌리니 나도 어지러워진다. 그 뒤로는 애써 그의 얼굴은 보지 않고 말을 하게 되었다. 사연을 물어보니 고등학교 때 유도를 하다가 목을 다쳤다는 것이다. 알 만했다. 한번은 그 버릇 때문에 큰일 날 뻔했다. 도선사가 승선하고 주위에 배들이 많은 상태에서 항구로 입항을 한다. 모두가 초긴장 상태다. 도선사가 S 씨에게 몇 도 방향으로 향하라고 명령했다. 그 명령은 당직사관인 나를 통해서 전달된다. 반드시 복창해야 한다. 갑자기 복창이 없다. 뭐냐고 하니 S 씨는 그 침로의 도수를 잊어버렸다는 것이다. 목을 돌리느라고 그만 잊어버린 것이다. 다시 한 번 도수를 불러 사고는 방지할 수 있었다. 휴가를 가는 그에게 병원 치료를 꼭 받으라고 조언했다.
한번은 출항한 지 30일이 넘어가는 긴 항해 중 사건이 벌어졌다. 너무 긴 항해를 하다 보니 사람들이 지치고 예민해져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3등 항해사가 누가 자신을 모욕하는 글을 식당에 붙여 놓았다는 것이다. 같이 내려가 보니 누군가 ‘3항사 개×이다’라는 글을 크게 적어 식당 게시판에 붙여 놓았다. 선내 규율 담당인 나는 누가 그랬는지 범인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아무리 찾아도 누가 그랬는지 알 수 없었다. 최종적으로 남은 한 사람은 나이가 환갑에 가까운 분이었다. 찾아가서 물었더니 의외로 순순히 자신이 그랬다고 한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왜 그랬냐고 물으니, 3항사와 갈등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도 어떻게 어른이 그런 글을 적을 수 있냐고 한 뒤 두 사람을 화해시켰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