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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중사 유족 “성추행 상관 2명 더 있어”

입력 | 2021-06-04 03:00:00

[軍 성추행 파문]
국방부 검찰단에 고소장 제출
文대통령 “최고 상급자까지 엄중하게 처리하라” 지시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모 중사가 생전에 최소 2차례 더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면서 유족이 3일 고소장을 국방부 검찰단에 제출했다. 이 중사가 소속 부대(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상습적이고 조직적인 성범죄에 노출됐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로 확인될 경우 파장이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건 전반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지시하면서 보고 과정의 문제점이 드러날 경우 ‘최고 상급자’를 비롯한 군 지휘 라인에 대한 강도 높은 문책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중사의 유족 변호인인 김정환 변호사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 고소장을 제출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밝혀져야 할 것들이 많이 있다”며 “핵심적인 부분은 2차 가해자가 누구인지 밝히는 것이다. 일단은 3명을 추가로 고소한다”고 밝혔다.

유족이 추가로 고소한 3명 가운데 1명(A 상사)에게는 강제추행 혐의가 적시됐다. 1년 전 한 회식 자리에서 타 부대에서 20비행단으로 파견 온 A 상사가 이 중사에게 성추행을 저지른 것으로 유족 측은 의심하고 있다.

나머지 2명은 3월 차량 안에서 장모 중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이 중사의 최초 보고를 받은 뒤 회유 및 은폐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B 상사와 C 준위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은폐의 중심에 서 있는 부사관 2명 중 1명이 피해자(이 중사)를 직접 강제 추행했다는 (유족의 주장)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한 고소장도 제출한다”고 말했다. 유족은 C 준위가 과거 회식 자리에서 이 중사의 특정 신체 부위를 치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고소장에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女중사 유족 “성추행 보고받은 준위도 과거에 성추행했다” 고소

변호사 “방역 수칙 어기고 회식 들통날 것 우려해 회유 의심”
공군, 고소당한 2명 보직 해임
文대통령 “피해자 절망 가슴 아파… 이런 식은 큰일난다 인식 심어야”
軍합수부, 관련자 전원 소환 방침


유족의 주장을 종합하면 구속된 장 중사 외에 성추행 가해자는 최소 2명이 더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다른 2건의 사례 역시 정식 신고는 아니었지만 이 중사가 직접 피해 사실을 상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김 변호사는 전했다. 그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사건 당시 부대 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한 회식이 들통날 것을 우려해 이 중사와 그 남자친구까지도 회유했을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유족의 고소장 제출 직후 공군은 B 상사와 C 준위에 대해 정상적 직무 수행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보직 해임했다고 밝혔다.

○ 文 “너무 가슴이 아프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공군 부사관 성추행 피해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엄정 수사를 지시한 가운데 피해자 유족 측이 전날 구속 수감된 장모 중사 외에도 다른 부대원으로부터 추가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을 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국방부 제공

문 대통령은 3일 “절망스러웠을 피해자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피해 신고 이후 부대 내 처리, 상급자와 동료들의 2차 가해, 피해 호소 묵살, 사망 이후 조치 미흡 등에 대해 엄중한 수사와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이 문제를 단순히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에서만 보지 말고 최고 상급자까지 보고와 조치 과정을 포함한 지휘라인 문제도 살펴보고, 엄중하게 처리하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이같이 강력한 지시를 내린 것은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군 당국의 회유·은폐 의혹 등이 증폭된 데 따른 것이다. ‘군’이라는 특수성을 내세워 과거처럼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로 이 사건을 대응할 경우, 국민이 신뢰할 만한 재발방지책을 내놓을 수 없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2일과 3일 이틀에 걸쳐 이 사건을 보고 받고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문 대통령은 3일 참모들과의 회의에선 “피해자가 신고를 했는데도 그것을 무마, 은폐, 합의하려고 하는 시도 앞에서 피해자가 얼마나 절망했겠느냐. 너무 가슴이 아프다”라고 말하며 울컥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이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사건이 발생했을 때 엄정하게 처리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재발하지 않는 것 아니냐”라며 “그동안 늘 (은폐하고 무마하며) 사건을 처리해왔고, 이번에도 그런 인식하에 있는 것 아니냐. 책임질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이번에도 사건을 이런 식으로 처리한다면 큰일 난다’는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며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軍 합수부 체제로 전방위 수사 확대

군 검찰과 군사경찰, 국방부는 사실상 합동수사단 체제를 가동해 이 중사의 추가 성추행 피해 여부와 조직적 회유·은폐 의혹이 제기된 관련자들을 전원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구속영장 청구와 압수수색 등을 통해 모든 관련자와 부대 등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중사의 최초 피해 신고 이후 비행단장(준장)을 거쳐 공군본부와 국방부까지 언제 어떤 경로를 거쳐 보고됐는지도 핵심 조사 대상이다. 사건 초기 상부 보고가 누락·지연되면서 이 중사의 극단적 선택을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이 많기 때문이다.

아울러 해당 부대와 공군본부를 대상으로 이 중사에 대한 피해자 보호관찰의 적절성 여부도 규명할 계획이다. 군 소식통은 “사건 초기 피해자와 가해자의 즉각적 격리조치 여부를 비롯해 이 중사가 두 달여간의 청원휴가를 마치고 옮긴 15특수임무비행단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기까지 해당 부대와 공군본부의 관련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는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고, 수사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법조계와 학계, 시민단체 인사 등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를 설치 운영하기로 했다. 군 검찰 차원에서 수사심의위가 설치된 것은 처음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박효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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