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전 국무총리(왼쪽),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4일 여권 내 차기 대권 경쟁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학자들의 주장을 왜곡하면서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비판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재명 지사, 기본소득의 취지를 왜곡해서는 안 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 지사가 주장한 기본소득은 기본소득의 기본 요건도 갖추지 못했으며,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 위한 근거로 인용한 학자들의 주장마저도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지사는 이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미국 MIT 교수를 언급하면서 그동안 자신이 강조해왔던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재차 말했다. 바네르지 교수는 빈곤 문제를 연구하며 기본소득을 주장해온 세계적 석학이다.
이어 “하지만 두 사람은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부유한 나라와 달리 가난한 나라는 보편기본소득이 유용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은 복잡한 프로그램을 운용할 행정역량이 부족하고 농촌기반 사회라 소득파악도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며 “다시 말해, 기본소득은 복지행정력을 갖추기 힘든 가난한 나라에서 유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라고 했다.
또 “이를 확인이라도 하듯 뒤플로 교수는 2020년 ‘한국처럼 경제 규모가 크고 발전한 나라들은 보편적 기본소득보다는 선별적 재정지원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며 “이 지사의 주장과 전혀 다른 반대의 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 전 총리는 “이 지사의 주장이 타당성을 가지려면 대한민국은 ‘복잡한 프로그램을 운용할 행정역량이 부족한 농촌기반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며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도 기본소득에 찬성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정 전 총리는 “자신이 주장하는 정책의 근거를 획득하기 위해 권위 있는 학자의 견해를 인용하는 일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학자의 견해를 자신의 논조와 비슷한 부분만 발췌해 주장의 타당성을 꿰맞추는 것은 논리의 객관성이 아닌 논지의 왜곡”이라며 “국가운영을 논하는 중차대한 정책논쟁에서 최소한 토론의 기본은 갖춰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