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장관이 어제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 41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금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인데도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했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장에는 박 장관의 고교 후배인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이 임명됐다. 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당시 대검 차장으로서 윤 전 총장을 보좌했던 구본선 광주고검장과 강남일 대전고검장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밀려났다.
지난달 말 열린 법무부 검찰인사위원회에서는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망 수용 자세” 등을 인사의 기준으로 삼겠다고 했고, 박 장관은 “인사 적체”를 언급하며 대규모 인사를 예고해 왔다. 이에 임기 말 정권을 겨냥한 검찰 수사를 차단하기 위해 친정부 성향의 검사들을 대거 전진 배치하고, 눈 밖에 난 검사들은 한직으로 보내는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어제 이뤄진 인사는 이런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박 장관은 취임 뒤 첫 인사에서도 당시 윤석열 총장과 형식적 협의를 한 뒤 이른바 ‘추미애 라인’ 검사들을 유임하는 인사를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민정수석까지 사퇴하는 등 후폭풍이 거셌다. 이후 검찰 인사의 공정성을 요구하는 여론이 더욱 높아졌지만 박 장관은 개의치 않고 이번에도 기존의 인사 기조를 유지했다. 김오수 검찰총장 또한 박 장관에게 탕평인사를 건의했다고는 하지만 검찰의 수장으로서 편향된 인사를 막아내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