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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웃 위해서라도 맞는다”… 일상회복 길 찾은 백신 접종 100일

입력 | 2021-06-05 00:00:00


올 2월 26일 시작된 코로나19 백신 접종 프로젝트가 오늘로 100일을 맞는다. 접종 99일째인 어제까지 1차 접종자는 708만여 명으로 전 국민의 13.8%가 백신을 맞았다. 접종을 앞둔 예약자까지 더하면 이달 중 상반기 목표치인 1300만 명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1차 접종을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9월까지 전 국민의 70%가 접종을 마쳐 11월 집단면역에 이른다는 당초 목표를 앞당겨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코로나 백신 접종은 백신 확보가 늦어지는 바람에 출발도 늦고 속도도 더뎠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백신 수급난이 풀리자 지난달까지 한 자릿수에 머물렀던 접종률이 급상승하고 있다. 백신 접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들과 선진적인 의료 인프라 덕분이다. 귀한 백신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기 위해 최소 잔여형 주사기를 개발하고 잔여백신 접종 시스템을 고안한 민과 관의 협력도 크게 기여했다.

백신 접종의 효과는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고위험군인 요양시설 입소자들의 우선 접종이 완료되자 한때 2% 가까이 올라갔던 누적 치명률이 1.38%로 떨어졌고, 병상 운용에도 여유가 생겼다. 요양원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바라만 보던 노부부가 1년 4개월 만에 손을 맞잡았다. 전국의 경로당과 노인복지관은 접종을 마친 노인들로 오랜만에 생기가 돈다고 한다.

다음 달부터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대규모 접종이 시작되면 일상 회복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백신을 한 번이라도 맞은 사람은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되고, 2차 접종까지 마치면 5인 이상 모임 금지 규정에서도 예외가 적용된다. 정부는 초중고교와 유치원, 어린이집 교직원의 접종을 여름방학 중 끝낼 계획이어서 2학기 전면 등교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긴 코로나 터널의 끝이 이제 막 보이기 시작했을 뿐이다. 강력한 거리 두기에도 3개월째 하루 500∼600명대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변이 바이러스 확산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감염 규모를 줄이려면 백신 접종이 더 속도를 내야 한다. 상반기 접종의 성패를 가른 것은 목표치 80%를 상회한 고령층의 참여율이다. 이들은 “내 손주 감염시킬까 봐”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 안전을 위해” 팔을 걷어 올렸다. 백신 접종 대상이 아닌 영·유아 청소년 등을 제외하면 접종 대상 전원이 백신을 맞아야 모두가 안전해진다. 힘든 방역의 시간을 견뎌온 분별과 배려로 백신의 시간을 지나다 보면 터널의 끝에 이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