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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 CEO의 순수한 행복찾기[이호재의 띠지 풀고 책 수다]

입력 | 2021-06-05 03:00:00

◇이와타씨에게 묻다/호보닛칸이토이신문 지음·오연정 옮김/200쪽·1만5000원·이콘




이호재 기자

요즘 초등학생 조카가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에 푹 빠져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툭 하면 학교가 쉬고,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어울려 놀기도 쉽지 않아서다. 조카는 나를 만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이 게임기를 먼저 산 나에게 어떻게 적을 무찌르고 퍼즐을 풀었는지 물어보기 위해서다. 게임을 하다 보면 우리는 친구처럼 가까워진다.

이 책은 일본의 대표적인 게임업체 닌텐도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이와타 사토루(巖田聰)의 생전 인터뷰와 주변인들의 회고를 담았다. 이와타는 2002년 닌텐도 사장에 취임한 후 게임기 닌텐도DS와 위(Wii)를 만들며 한때 기울었던 닌텐도를 일으켜 세운 인물. 2015년 56세에 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닌텐도 스위치 개발을 주도하며 살아 있는 신화로 불렸다.

이와타의 경영 철학은 ‘어른도 아이도’였다. 게임기는 가족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기기가 돼야 한다는 것. 물론 이를 위해선 누가 해도 즐거울 만큼 재미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게임을 만드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아이들이 열광하는 애니메이션을 어른들은 유치하다고 하고, 영화제에서 수상한 전쟁영화를 누군가는 잔인하다고 깎아내린다. 게임도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흥미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닌텐도 게임은 나이나 성별을 가리지 않고 많은 이들이 좋아한다. 조카와 내가 닌텐도 스위치에 빠진 것처럼.

비결은 뭘까. 이와타는 직원들과 면담할 때 반드시 “당신은 지금 행복합니까”라고 물었다. 신입직원을 뽑을 땐 “지금까지 해온 일 중 가장 재미있었던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항상 싱글벙글 웃으며 행복에 대해 토론했다. 자신이 즐거웠던 경험을 이야기하고, 동료가 행복했던 순간을 질문한다. 이와타는 평생 인간이 순수하게 행복해할 때를 찾아다녔다. 사람들이 어떤 순간에 제일 즐거워할까를 고민한 결과가 닌텐도 게임에 반영된 게 아닐까.

지금도 닌텐도 사용자들은 어드벤처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하면서 일상의 고통을 치유받는다. 광활한 대지를 유랑하며 떠도는 롤플레잉 게임 ‘젤다의 전설―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를 통해 자유를 만끽한다. 어른과 아이가 원한 행복을 게임이 집어낸 것이다.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원했던 이와타의 모습은 책에 담긴 동료의 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모두가 해피(happy)하기를 실현하고 싶었던 거지요. 자신이 행복한 것, 동료가 해피한 것, 고객이 해피한 것. 그는 해피라고 말할 때 양손을 쫙 폈어요. 해피라고 하면서요. 이런 건 잊을 수가 없네요.”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