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부동산 공급 대책] 불안한 수도권 주택공급정책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에 아파트 4000채를 지으려던 계획이 전면 수정됐다. ‘과천시민광장사수 범시민대책위원회’는 과천시민회관 벽면에 유휴지 개발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과천=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에 주택 4000채를 공급하기로 했던 정부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주택 공급대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공급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집값을 잡으려고 설익은 공급대책을 쏟아낸 뒤 주민 반발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전면 수정되는 일이 반복되면 주택 공급정책에 대한 신뢰가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 정부 땅이라고 주민협의 생략
정부과천청사 유휴지 공급이 무산된 것은 이해관계가 복잡한 도심 택지의 특성을 정부가 간과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당초 정부는 공공택지 공급계획을 내놓을 때 주민과 지방자치단체 간 협의 단계를 거의 거치지 않았다. 정부나 정부 산하 공공기관이 소유한 땅이기 때문에 협의가 필요 없다고 여긴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일방적인 발표가 나온 직후부터 주민과 지자체의 반발이 빗발쳤다. 여당 소속 지자체장이나 국회의원까지 “사전 협의가 없었다”며 각을 세우기도 했다.
과천에서 대체 용지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과천청사의 경우 과천시가 대체 용지를 제시하는 등 구체적인 계획을 국토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벌써부터 일부 과천 주민은 “과천지구 자족용지를 택지로 전환하는 방법은 손 대신 발을 내주는 것”이라며 “주택 공급계획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대체 계획에도 주민들이 반발한다면 공급 시기는 더 지연될 수밖에 없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물량 채우기에 급급해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부작용은 예견됐다”며 “공급대책 전반에 대한 신뢰가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서울 도심 복합 개발도 지연 우려 커져
아울러 정부는 올 2·4공급대책에서 역세권, 저층주거지 등 도심 개발로 전국에 주택 20만6000채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주민 반발이나 지자체 반대 등의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예정지구 지정에는 주민 10%의 동의만 받으면 된다. 현재까지 6만 채 규모의 후보지가 발표돼 1만9000채 이상이 예정지구 지정 요건을 충족했다.
정부가 지난해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한 영등포 쪽방촌의 경우 주민 협의에만 1년 가까이 걸렸다. 지금도 일부 주민은 사업을 반대하고 있다. 2·4대책과 별도로 발표된 서울역 쪽방촌 개발사업의 경우 일부 토지주가 민간 개발을 주장하며 5개월째 주민 협의만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이 공급을 전담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민간 공급 규제를 푸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더 이상 중앙정부의 일방통행식 공급이 먹히지 않는다”며 “주택 공급을 공공과 민간, 중앙과 지방이 나눠서 한다는 생각을 갖고 규제 완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