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벗을 되찾은 최오경 할머니가 2일 코로나19 백신 접종증명서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아이구, 이제 맘 편히 버스를 탈 수 있으니 너무 좋죠. 백신 맞기 전에는 무서워서 버스로 5분이면 갈 거리를 30분씩 걸어 다녔거든.”
5일은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진 지 100일째 되는 날이다. 2월 26일 요양병원부터 접종이 시작된 이래 지난 100일 간 약 14%의 국민이 백신을 맞았다. 5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완료한 요양보호사 이순단 씨(64·여)도 그 중 한 명이다.
이 씨는 “몸이 약한 어르신들을 돌보는 일을 하다 보니 혹시라도 코로나19에 감염될까 늘 살얼음이었다”며 “버스타기는커녕 장을 볼 때도 꼭 일회용 장갑을 낄 정도였는데 요샌 마음이 한결 가볍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을 마친 이들은 코로나19에 빼앗겼던 평범한 일상을 조금씩 되찾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지난 100일을 되돌아봤다.
● 집단감염에 탈진한 의료진도 ‘안심’
“무증상이었던 환자가 이틀 만에 숨쉬기조차 힘든 상태로 악화됐어요. 2주 동안 코호트(동일집단) 격리에 들어갔을 땐 환자와 보호자들 민원이 엄청났고요. ‘나도 걸릴까 무섭다’며 병원을 떠나는 의료진까지…. 이젠 그런 ‘공포의 시간’은 없으리란 안도감이 있어요.”
서울 구로구 미소들병원의 윤영복 원장(65)의 목소리는 그의 설명처럼 편안하게 들렸다. 요양병원인 이곳에선 지난해 12월부터 두 달간 확진자 226명이 나왔다. 올 1월에는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으로 지정돼 입소자 모두가 확진자다. 윤 원장은 “지금은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고 말했다. 150여 명의 직원 모두가 화이자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친 덕분이다. 그는 “백신을 맞았으니 ‘이제 우리는 안전하다’는 믿음이 있다”며 “그만큼 환자들을 대할 때 자신감도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적인 감염병 관리 시스템을 갖추게 된 이후에는 몇 명의 확진자가 와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감염병전담병원인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의 남성일 부원장(52)은 이제야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마침표를 찍는 느낌”이라고 했다. 남 부원장은 “지난해 2월 대구에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때 정신없이 지내다가 드디어 백신을 맞으니 정말 기쁘다. 다들 접종에 동참해 하루빨리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재현 국립중앙의료원 중환자전담치료병동 운영실장(46·감염내과 전문의)은 “현재 우리 병원에 입원한 코로나19 중환자 중 요양병원에서 온 확진자는 없다”며 “백신의 효과를 현장에서 느낀다”고 전했다.
● 그래도 조심 또 조심
다만 이들은 한 목소리로 지나친 낙관을 경계했다. 변이 바이러스 유행이나 접종 후 감염 등을 고려하면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란 것이다. 5월 아스트라제네카 2차 접종을 마친 계명대 동산병원의 조화숙 간호부장(53)도 “백신 1차 접종을 한 뒤 코로나19에 걸린 주변 지인을 보면서 아직은 걱정스러워 최대한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는 백신을 2차까지 다 맞았지만 끝까지 조심하려고요. 코로나19 때문에 못 본 그리운 친구들이 많은데, 제가 그랬어요. ‘우리 같이 먹고 싶은 음식 하나하나 적어뒀다가 나중에 만나서 행복하게 다 먹자’고. 모두 다 백신을 맞으면 곧 그런 날이 오겠죠?” (요양보호사 신정숙 씨)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