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윤석열 전 총장 측 제공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제66회 현충일 하루 전날인 5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조국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방명록에 쓰면서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윤 전 총장이 대선에 대해 명확한 의지를 표명한 것은 처음으로 대선을 9개월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상 지지율 1, 2위를 다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의 양강구도 대결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왼다. 윤 전 총장은 이번 주내 공보담당을 선임해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 문 대통령 ‘나라를 나라답게’ 저격
사진=윤석열 전 총장 측 제공
특히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쓴 ‘분노하지 않는 나라’ 문구는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제19대 대통령선거 정책공약집 공약 표어가 ‘나라를 나라답게’였는데, 국민들에게 이를 연상 시키며 ‘분노할만한 나라가 됐다’는 함의를 담은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사진=윤석열 전 총장 측 제공
윤 전 총장은 방명록 작성 후 충혼탑 지하 무명용사비와 위패봉안실에 헌화 참배하고 일반 묘역에서 월남전, 대간첩작전 전사자 유족을 만나 위로했다. 다만 전직 대통령들의 묘소는 찾지 않았다.
● 매번 文 주요일정 前 주요 메시지
윤 전 총장의 최근 행보를 보면 문 대통령의 주요 행사일정이 시작되기 전마다 정치적 메시지를 내는 ‘타이밍의 정치’를 해왔다.17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 있는 반도체공동연구소를 방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한국 반도체의 신화’로 불리는 고 강대원 박사 흉상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독자제공
또 윤 전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4주년 기자회견(지난달 10일) 전날 문 대통령의 경제기조인 소득주도성장 관련 비판 메시지를 냈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8일엔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을 만나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등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최대 피해자는 자영업자고, 자영업자는 국가의 기본인 두꺼운 중산층을 만드는 핵심”이라고 말했고, 이를 9일에 공개했다. 윤 전 총장은 또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 직전에 “5·18은 현재도 진행 중인 살아있는 역사”라는 메시지를 내면서 정부여당이 주도해왔던 5·18 이슈를 선점을 시도하기도 했다.
● 수행 공보 등을 위한 참모진 구성
사진=윤석열 전 총장 측 제공
윤 전 총장은 본인의 외가 지역구(강원 강릉시) 국회의원이자 어렸을 적부터 동갑내기 친구로 지냈던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본가 지역구(충남 공주시)의 정진석 의원으로부터 조언을 받고 있는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들은 최근 윤 전 총장이 각 분야 주요 인사들을 만나며 함께 동행했던 인물들 중 일부도 추천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일단 운전, 수행, 공보 등을 위한 5~10명 안팎의 소규모 참모진을 꾸리고 있지만, 참모진이 근무할 사무실을 구하는 작업은 입당 문제와 맞물려있어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총장 측근은 “주변의 조언과 상관없이 본인 결심에 따라 입당 시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은 가변적”이라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