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준 완화한 새 표준안 공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이달 3일까지 총 8개 품목의 국산 코로나19 백신이 임상시험 승인을 받아 임상 1·2상을 진행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3종의 백신 후보물질을 임상 중인 가운데 셀리드, 진원생명과학, 제넥신, 유바이오로직스, 국제백신연구소가 각각 임상 중이다. 정부는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국산 코로나19 백신 2종이 인허가 단계까지 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국내 개발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임상 3상을 지원하기 위한 ‘백신 임상시험계획서 표준안’을 공개했다.
정부가 마련한 표준안에 따르면 앞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할 때 수만 명에 이르는 임상 3상 피시험자를 모집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허가된 백신과 개발 중인 백신 간 면역원성을 비교해 유효성을 평가하는 ‘비교임상’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이를 이용하면 최소 3000명 수준의 피시험자로 임상 3상을 진행할 수 있다.
정부의 표준안에서 명시된 면역원성은 백신 접종으로 면역을 성립시키는 것을 말한다. 임상시험에서는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중화항체가 얼마나 생성됐는지 확인해 면역원성을 평가한다. 비교임상은 이미 허가를 받은 백신과 임상 중인 백신의 중화항체를 비교해 면역원성 데이터를 비교하는 방식이다. 임상시험 대상을 줄이고 대규모 위약 대조군이 없어도 임상 3상 시험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비교임상 방식은 한계가 있다. 국내에서 신속하고 저렴하게 임상 3상을 진행할 수 있지만 글로벌 임상 데이터가 부족해 해외에선 활용하기 어렵다. 국산 백신 개발회사 관계자는 “비교임상을 하면 시간이나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국내 허가가 나더라도 해외에서 인정을 받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국내 기업은 비교임상 방식을 쓰지 않고 직접 해외에서 임상 3상을 추진하고 있다. 제넥신과 셀리드는 인구 약 2억7000만 명에 일일 신규 확진자가 수천 명씩 발생하는 인도네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셀리드는 지난달 인도네시아 보건당국에 임상 3상을 위한 의사를 전달했다. 제넥신도 올해 3월 인도네시아 대형 제약사 ‘칼베 파르마’와 인도네시아 식약처에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 시험계획을 제출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