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여, 무엇을 위한 자유입니까?
―헬렌 니어링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중
20대 후반, 우연히 만난 책 한 권이 있다. 생태주의, 근본주의, 평화주의 경제학자이자 농부였던 스콧 니어링과 그의 반려자이자 수필가인 헬렌 니어링의 삶을 담은 책, 당시 내 협소한 경험과 관점으로는 그 책의 극히 일부분, 지식인이었던 두 사람이 평생을 함께하며 땅을 일구고, 책을 쓰며 죽음의 순간까지 자신의 신념과 원칙대로 살아갔다는 이야기에 감동을 받았었다. 하지만 몇 번이고 그 책을 다시 꺼내 들어 읽을 때마다 이 한 문장이 가슴에 날카롭게 꽂힌다.
우리가 가난한 동남아 아이들을 착취하여 만든 옷을 입고 있는 한,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막을 수 있었던 사고로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는 세상에 살고 있는 한 이 사회의 고통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나 혼자만의 자유라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명상을 하며 자연스럽게 붓다의 가르침을 접하게 되었다. 스콧 니어링의 날카로운 지적에 모든 것이 상호의존적으로 존재한다는 연기법(緣起法)의 가르침이 떠오른다. 남들보다 더 유명해지고, 더 많이 가지고, 더 멋진 삶을 사는 것이 자아실현의 최고처럼 여겨지는 지금, 사회적 고통에서 자유로운 개인은 있을 수 없다는 그의 말을 되새긴다. “자유는 한 가지 삶의 과제에서 다른 과제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스콧 니어링)
유정은 ‘마보’·위즈덤2.0 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