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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없는 자유[내가 만난 名문장]

입력 | 2021-06-07 03:00:00


사랑하는 이여, 무엇을 위한 자유입니까?

―헬렌 니어링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중


20대 후반, 우연히 만난 책 한 권이 있다. 생태주의, 근본주의, 평화주의 경제학자이자 농부였던 스콧 니어링과 그의 반려자이자 수필가인 헬렌 니어링의 삶을 담은 책, 당시 내 협소한 경험과 관점으로는 그 책의 극히 일부분, 지식인이었던 두 사람이 평생을 함께하며 땅을 일구고, 책을 쓰며 죽음의 순간까지 자신의 신념과 원칙대로 살아갔다는 이야기에 감동을 받았었다. 하지만 몇 번이고 그 책을 다시 꺼내 들어 읽을 때마다 이 한 문장이 가슴에 날카롭게 꽂힌다.

이 문장은 미국에 있는 자신과 떨어져 유럽을 여행 중이었던 젊은 헬렌에게 보낸 스콧 니어링의 편지의 한 구절이다. 스콧 니어링은 낯선 곳에서 사회적 책임이나 남들의 시선을 떠나 친구들과 함께 여행하며 ‘사람들과 사물로부터 새처럼 자유로운’ 삶을 즐기는 헬렌에게 자유의 본질에 대해 질문한다. 그리고 책임이 없는 자유라는 환상을 통렬히 깨우친다.

우리가 가난한 동남아 아이들을 착취하여 만든 옷을 입고 있는 한,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막을 수 있었던 사고로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는 세상에 살고 있는 한 이 사회의 고통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나 혼자만의 자유라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명상을 하며 자연스럽게 붓다의 가르침을 접하게 되었다. 스콧 니어링의 날카로운 지적에 모든 것이 상호의존적으로 존재한다는 연기법(緣起法)의 가르침이 떠오른다. 남들보다 더 유명해지고, 더 많이 가지고, 더 멋진 삶을 사는 것이 자아실현의 최고처럼 여겨지는 지금, 사회적 고통에서 자유로운 개인은 있을 수 없다는 그의 말을 되새긴다. “자유는 한 가지 삶의 과제에서 다른 과제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스콧 니어링)


유정은 ‘마보’·위즈덤2.0 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