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신간 낸 CNN 자카리아 4년전 ‘치명적 질병의 위협’ 경고 “동아시아 엄격한 문화, 방역 한몫 韓 ‘백신확보-접종독려’가 해법”
“치명적인 질병이 세계 보건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
2017년 6월 국제정치 전문가 파리드 자카리아(57·사진)는 자신이 진행하는 미국 CNN 간판 프로그램 ‘파리드 자카리아 GPS’에서 이렇게 경고했다. 이로부터 3년도 지나지 않아 그의 경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현실화됐다. 자카리아는 올 4월 출간된 ‘팬데믹 다음 세상을 위한 텐 레슨’(민음사)에서 코로나 사태 이후 국가 간 협력을 강조했다. 다자주의를 확대하고, 공공서비스를 확대해 코로나19로 심화된 세계적인 양극화 현상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
그가 지켜본 한국의 코로나 대응은 어땠을까. 자카리아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은 생물학적 위협이 얼마나 심각한지 깨닫고 재빨리 대응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내가 이 책을 집필 중이던 지난해 8월 한국의 코로나 확산세는 대단히 낮았다. 다른 나라에 별로 뒤지지 않는 방역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20세기 후반 한국의 점진적 민주화와 경제근대화 등의 국가 역량도 방역에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은 반도 국가이지만 (북한에 가로막혀) 사실상 섬이나 다를 바 없다. 대만, 호주, 뉴질랜드처럼 육상 국경선이 없는 섬나라는 방역 성과가 상당히 좋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백신 접종률은 미국, 영국 등에 비해 낮은 편이다. 그는 “한국처럼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대체로 승리했던 나라에서 정부나 국민이 위급함을 제대로 못 느꼈다. 이로 인해 백신 접종 지연이라는 결과가 초래됐으니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미국 등 팬데믹 초기 방역에 실패한 국가들이 백신 접종에 사활을 건 반면, 한국 등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 그는 “한국은 글로벌 백신 개발에서 중심 역할을 하지 못한 채 혼자 힘으로 아등바등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해법은 무얼까. 그는 한국이 신속한 백신 확보와 더불어 접종 독려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조그마한 동네 약국, 대형 경기장, 지하철역 등에서까지 광범위하게 백신을 접종하는 미국 사례를 들었다. 그는 “미국에서는 종교 지도자들도 신도들에게 백신 접종을 독려했다”며 “정상적인 삶의 회복을 약속하는 것이야말로 백신 접종을 위한 강력한 인센티브”라고 강조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