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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존 케리 美 특사 “앞으로 10년간 온실가스 감축 못하면…”

입력 | 2021-06-07 03:00:00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특사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나라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해야 할 공동의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AP 뉴시스


《 미국의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글로벌 전략을 책임지는 ‘기후 차르(Czar)’ 존 케리 미 기후변화특사(사진)가 4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후위기 대응에는 어떤 나라도 예외가 없다”며 “앞으로 한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안보와 경제 분야 등에서 미국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에 대해서는 “주요 국가로서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


“앞으로의 10년이 가장 중요하다. 이 시기에 기후변화에 집중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2050년까지 ‘넷제로(Net Zero·탄소중립)’를 향한 다음 단계의 목표는 의미가 없어진다.”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특사는 4일(현지 시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세계적인 협력을 당부하며 이렇게 강조했다. 올해부터 2030년까지의 10년은 파리기후변화협약이 규정한 신(新)기후체제가 시작돼 각국이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되는 시기다. 케리 특사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기후위기 대응에 그 어떤 나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각국이 2030년까지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4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개최한 기후정상회의에서 한국이 앞서 밝혔던 2030년까지의 중기(中期) 온실가스 감축 목표(2017년 대비 24.4%)를 추가로 상향해 올해 안에 유엔에 다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케리 특사는 ‘한국의 추가 목표가 어느 정도까지 상향되기를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각국이 결정해야 할 사안으로, 내가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여러 국가들이 함께 움직이고 있다”며 일본, 영국, 캐나다 등 목표치를 40%대 이상으로 잡은 나라들을 거론해 한국에 대한 기대치를 에둘러 내비쳤다.

케리 특사는 지난달 30일과 31일 이틀간 서울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에 미국 측 대표로 참석했다. 그는 P4G 정상회의에 대해 “매우 잘 조직된 훌륭한 회의였다”고 평가했다. “참가국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각자의 목표를 밝히고 그 이행을 약속했다”며 “이는 올해 ‘글래스고 총회’(11월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를 앞두고 모든 나라에 모멘텀이 됐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는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기후변화 대응에 매우 중요한 기여를 했다”며 한국의 P4G 개최를 높이 평가했다. 한국이 ‘2050 탄소중립’ 선언에 동참한 것, 해외에서의 신규 석탄발전 금융 지원을 중단하기로 한 것 등에 대해서는 “대담한(bold) 결정”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케리 특사는 “기후변화 대응은 엄청난 혜택을 가져다준다”며 “청정 에너지 분야의 새로운 기술과 지속가능한 환경, 더 많은 일자리 기회들이 있다”고 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일자리 창출 분야는 풍력 터빈 기술이었고, 3번째로 빠르게 성장한 게 태양광 분야라는 설명이었다. “이미 많은 투자가 기후 관련 분야로 옮겨가고 있다”며 “이것은 우리가 벌써 체감할 수 있는 변화들”이라고 했다. “어떤 이들은 이 문제가 환경이나 일자리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받는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접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것은 매우 쉬운 방정식”이라며 “이는 더 깨끗한 물과 더 맑은 공기, 더 나은 건강, 낮아진 암 발병률과 더 풍요로운 미래, 우리 아이들이 환경오염이 유발한 천식 때문에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의미한다”고 역설했다. 이 부분에서 그의 목소리는 웅변가처럼 높이 올라갔고 말도 빨라졌다. 이런 청사진과 함께 가뭄, 사막화, 이로 인한 화재 등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지 않을 때 심각해질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케리 특사는 중국과의 협력 필요성도 재차 언급했다. ‘미중 갈등 속에서 기후변화 분야만 떼어내 협력하는 게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자신이 4월 중국을 방문해 카운터파트인 셰전화(解振華) 기후변화 특별대표와 회담 후 내놨던 공동성명 내용을 상기시켰다. 이 공동성명에서 중국은 처음으로 기후변화를 ‘위기’라고 규정했다. ‘양국은 문제의 시급성과 심각성에 공감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케리 특사는 이를 “매우 중요한 변화”라고 평가하며 “중국은 주요 국가로서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우리는 신뢰에만 의존하지 않고, 실제 행동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의 이행을 촉구했다. “그 어떤 나라도 과학을 무시할 권리는 없다”며 “우리 모두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해야 할 공동의 책임이 있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특사는 :::

1983∼1985년 매사추세츠주 부지사
1985∼2013년 민주당 상원의원
2004년 민주당 대선 후보
2009∼2013년 상원 외교위원장
2013∼2017년 국무장관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