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넘게 유럽을 오가며 ‘왜 유럽엔 없는 고부 갈등이 우리에겐 있지?’ 자문하다 내린 결론이란다. 밀라논나처럼 ‘힙’하지 않아도 요즘 노인들은 자녀와 함께 살 생각을 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가 65세 이상 1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녀와 동거를 원하는 비율이 2008년 32.5%에서 지난해엔 12.8%로 줄었다. 노인 단독 가구(부부 또는 1인 노인 가구) 비율도 같은 기간 66.8%에서 78.2%로 늘었다. 개인소득이 연간 1558만 원으로 증가한 데다 건강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 노인들의 ‘독립심’이 높아졌다고 한다.
▷자녀와 독립해 사는 쪽이 삶의 만족도도 높다. 2018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노인 부부만 따로 살 경우 만족도가 가장 높고 △노인 부부와 자녀가 함께 사는 가구 △배우자 없이 자녀와 사는 노인 △홀몸노인 순으로 만족도가 떨어졌다. 특이한 점은 남성 노인은 1인 가구로 살 때, 여성은 배우자 없이 자녀와 살 때 만족도가 가장 낮다는 사실. 남성은 혼자 사는 삶에 취약하고, 여성은 남성보다 경제력이 떨어져 자식에게 의존하는 것에 더욱 미안함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의 경우 생애주기별 삶의 만족도는 나이가 들수록 떨어져 중년에 바닥을 찍은 뒤 올라가는 ‘U’자형을 그린다. 하지만 한국 노인들의 행복도는 확실한 U자형으로 반등하지 못한다. 노인 빈곤율이 43.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4.8%)의 3배로 높은 것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노인 인구 비중이 2025년이면 20%가 된다. 모든 늙어가는 부모들의 바람대로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년을 위한 경제적 사회적 안전망을 튼튼히 짜야겠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