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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재산’이 과학기술 선도 국가로 이끈다[동아광장/이성주]

입력 | 2021-06-08 03:00:00

미래 혁신기술 씨앗 품은 지식재산
발명만큼 중요한 기술 보호와 활용
상품만큼 기술 수출 증가하는 날까지
특허 부가가치 키울 방안 고민해야



이성주 객원논설위원·아주대 산업공학과 교수


올해 우리나라의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무려 100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우리의 R&D 투자 규모와 인력은 이미 세계적 수준이다. 매년 발간되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세계경쟁력연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R&D 투자 규모는 63개 국가 중 5위,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비는 2위, 인구 1000명당 R&D 연구자 수는 2위로 관련 지표 값은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해 왔다. 이렇게 활발한 투자가 일어나는 만큼 특허 출원 수와 특허 등록 수 모두 4위 수준이다. 얼핏 보기에는 투자에 상응하는 성과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당 보고서를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몇 가지 안타까운 지표 값들이 눈에 띈다. 과학적 연구 관련 법률이 혁신을 지원하는 순위가 31위, 법적 환경이 기술 개발 및 응용을 지원하는 순위는 44위, 지식재산이 보호되는 정도의 순위는 38위다. R&D 투자 규모는 확대되었으나 투자가 혁신으로 연계되는 과정에서의 여러 제도적 지원은 여전히 아쉬운 실정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파괴적 혁신이 지속되고 과학기술 패권을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과학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우리도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R&D 투자를 통해 우수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과 더불어 개발된 기술을 잘 활용하고 보호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중요한 것이다.

R&D와 관련된 핵심 제도 중 하나가 지식재산 제도이다. 지식재산이란 인간의 창조적 활동의 결과물로 재산적 가치를 갖는 것이다. 따라서 과학기술 선도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지식재산을 창출하고 보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술 변화가 급격한 현 시점에서 지식재산 제도에 대한 전폭적인 검토와 보완이 필요한 이유이다. 다행히 올해 국내에서는 디지털 신산업을 중심으로 분야에 맞춤화된 특허 심사 요건과 명세서 작성 방식이 발표되었다. 이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서비스, 바이오 등 관련 분야에서의 기술 보호가 조금은 더 쉬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지식재산 이슈들에 대해 미리 고민해 볼 필요도 있다. 최근 우리나라 특허청에 다부스(DABUS)라는 AI 프로그램을 발명자로 표시한 특허 출원이 이루어졌다. 아직은 AI가 발명자로 인정되지 않고 있으나, 혁신에 있어 AI의 역할이 확대됨에 따라 관련 논의는 언제든 다시 시작될 수 있다.

지식재산의 중요성을 고려해 유망 기술을 발굴하고 과학기술 정책을 수립할 때 지식재산 정보가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되기를 바란다. 지식재산 데이터베이스에는 전 세계 기업들이 추진하는 혁신활동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대부분의 기술정보가 기업의 기밀인 만큼 지식재산 정보는 합법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정보 원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기술들이 특허문서에서 가장 먼저 발표되는 경우도 많다. TV는 특허문서에 1923년 등장한 반면, 비특허문서에 1946년 등장하는 등 무려 20년 이상의 시차를 나타냈다. 그러니 지식재산 정보를 잘 분석한다면 미래 혁신의 씨앗을 빠르게 찾아내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울 수 있다.

지식재산 정보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다른 정보와 결합되었을 때 가치가 훨씬 높아진다. 예를 들어 특허, 상표, 기술무역, 상품무역 정보가 서로 연계된다면 국제 관계 속에서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영역별 강점과 약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특정 분야에서 상품 수출은 활발하나 기술 수입이 증가하며 특허 출원도 저조하다면 머지않아 해당 분야에서의 기술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과학기술정책 수립을 위한 체계적 접근법이 많지 않은 만큼, 지식재산 정보는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이미 수집된 정보들을 연계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 앞으로 수집될 정보들에 대해서라도 그 연계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5월 19일은 제56회 발명의 날이었다. 인간의 지적 활동으로부터 생기는 성과물인 발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한 지 5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과학기술 선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발명 그 자체 못지않게 발명의 보호와 활용이 중요한 세상이 됐다. 그 어느 때보다 국가가 과학기술정책 방향을 수립하고 연구자들이 발명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누릴 수 있도록 지식재산에 관심을 쏟아야 할 시점이다.

이성주 객원논설위원·아주대 산업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