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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선전선동, 글로벌 여론 선도 못 해 [특파원칼럼/김기용]

입력 | 2021-06-08 03:00:00

習 “공산당 홍보 영향력 큰 매체 필요”
언론 감시·비판 기능부터 인정해야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중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6억 회(5월 말 기준)를 넘었다. 이 과정에 백신을 맞고 사망한 사람은 정부 발표에는 없었다. 중국 신문과 방송에도 보도되지 않았다. 공식적으로는 백신 접종 후 ‘중국인 사망자’는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4월 상하이에서 백신을 맞은 한국 교민 중 사망자가 나왔다. 백신을 맞은 한국인은 많아야 1000여 명일 것으로 추정된다. 백신을 접종한 한국 교민의 사망 소식은 중국에 있는 한국 언론을 통해 곧바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 언론은 단 한 곳도 이 뉴스를 다루지 않았다.

중국에서 신문과 방송은 선전선동의 도구일 뿐,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은 아니다. 이 때문에 신문과 방송에서 공산당과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허용되지 않는다.

공산주의 사회에서 선전선동은 공산주의가 그리는 이상적 사회로 가기 위한 매우 중요한 활동이다. 이렇다 보니 중국에서 이 단어에 대한 부정적 뉘앙스는 전혀 없다. 한국인이 선전선동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 느끼는 부정적 느낌을 중국인에게 설명하면 전혀 이해를 못 한다.

이 선전선동을 주도하는 공산당 조직이 중앙선전부다. 중앙선전부는 중국 내 모든 신문과 방송은 물론이고 출판물 영화 인터넷 등 모든 매체를 감시한다. 중국 공산당 100년 역사 속에 중앙선전부는 늘 있어 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아버지인 시중쉰(習仲勳)도 중앙선전부 부장(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시 주석이 선전선동의 중요성을 더 절감했을 수 있다.

시 주석이 최근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중국의 이미지와 국력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업무를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국제 여론을 주도할 영향력 있는 매체를 만들어 중국의 지위와 영향력에 걸맞은 홍보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쉽게 말해 전 세계를 향해 선전선동을 더 잘하라는 얘기다.

시 주석은 “중국의 이야기가 잘 전달되고, 중국의 목소리가 널리 퍼지도록 하는 것이 진실하고 입체적인 중국을 보여주는 일”이라며 “중국 공산당이 국민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과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의 장점 등을 외국인들도 분명하게 알 수 있게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매체를 이용해 여론을 만들어 내려는 전형적인 선전선동 사고방식이다. 중국 공산당이 세계를 향해 선전선동을 강화한다고 글로벌 여론을 주도할 수 있는 중국 매체가 탄생할 수 있을까.

공산주의적 선전선동 입장에서 보면 단순한 ‘매체’에 불과한 뉴욕타임스(NYT), CNN, BBC가 글로벌 여론을 주도하는 것은 미국이나 영국 정부가 잘 조직하고 지원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이 매체들이 세계 여론을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랜 세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해 왔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8년 주요 관영 매체들을 통합해 세계 각국에 중국의 이데올로기를 적극적으로 전파할 ‘중국의 소리’ 방송을 출범했다. ‘중국의 소리’는 중국중앙(CC)TV, 중국인민라디오방송(CNR), 중국국제방송(CRI)이 통합된 거대 조직으로 공산당 중앙선전부가 직접 관장했다. 세계를 향해 선전선동에 나선 것이지만 ‘중국의 소리’는 지금 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지금처럼 신문과 방송 등을 선전선동의 도구로만 바라본다면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 ‘중국의 소리2’, ‘중국의 소리3’을 만들어도 글로벌 여론을 주도할 중국 매체는 탄생할 수 없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