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라 요기요 마케터
요즘 세계관 콘텐츠는 가상과 현실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린다는 점이 특징이다. 개그맨 이창호의 또 다른 캐릭터 ‘이호창’은 재벌 3세를 연기한다. 이호창 시리즈 중에는 실제 매일유업 공장 시찰 영상이 있다. 영상 속 진짜 매일유업 직원들은 가짜 이호창을 진짜 재벌 3세처럼 대한다. 이처럼 세계관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부분이 재미 요소다.
현실과의 경계가 희미하므로 요즘 세계관은 이해하기도 쉽다. 상상 속의 종족과 장소가 등장하는 반지의 제왕 세계관을 이해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했다. 반면 개그맨 강유미의 유튜브 세계관은 20분짜리 영상 몇 편만 보면 알 수 있다. 스타일리스트, 네일숍 직원 등을 연기하기 때문이다.
세계관 공급자가 세계관 트렌드를 가장 반긴다. 세계관의 기본 전제는 이야기다. 이야기는 한번 몰입하면 빠져나가기 어렵다. 지속성은 물론이고 확장성도 좋다. 빙그레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빙그레우스’는 세계관의 특성을 상업적으로 영리하게 이용한 경우다.
요즘 2030세대는 때때로 세계관 공급자보다 더 몰입한다. 세계관 콘텐츠의 유튜브 댓글은 각자의 몰입 대결처럼 보일 정도다. “요즘 인기 웹소설은 다른 세계로 건너가는 내용이 많아요. 다들 떠나고 싶으니까 세계관에 몰입하는 걸까요?” 20대 후반 동료 E가 웹소설 앱을 열어 보이며 말했다. 노력해도 원하는 것을 얻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게 요즘 정서다. 그걸 고려하면 다른 세계에서 즐거움을 찾고 싶은 것도 이해가 된다.
이유야 어떻든 한번 세계관의 즐거움을 느끼고 나면 다른 세계관에 더 쉽게 적응한다. 제페토나 로블록스처럼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로 활동하는 메타버스 세계는 30대만 되어도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세계관 놀이에 익숙해진 20대 초반은 메타버스 세계에도 쉽게 적응한다고 한다. 에스파의 최신곡 가사처럼 그들은 ‘다른 세계의 문을 열어’ 앞 세대와 다른 ‘다음 단계’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김소라 요기요 마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