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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하 “누명 벗었지만 과거 다른 구타는 사실…반성하며 살 것”

입력 | 2021-06-08 03:00:00

현대캐피탈 박상하 인터뷰
당시 피해자들에 사죄하고 화해
학폭 예방 도움 될 방법 찾겠다



현대캐피탈 제공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37분 동안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박상하(35·사진)는 이 말을 19번 반복했다. 그리고 질문과 대답 사이마다 긴 침묵이 이어졌다.

2월 19일 한 인터넷 게시판에 박상하를 비롯한 가해자들에게 14시간 동안 폭행을 당했다는 글이 올라오자 그는 서둘러 삼성화재에서 은퇴를 선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주장은 완전 사실무근으로 밝혀졌지만 그래도 코트 복귀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4일 현대캐피탈이 숙소 겸 연습장으로 쓰는 충남 천안시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만난 박상하는 “(거짓으로 피해를 주장했던) 그분이 누군지도 전혀 몰랐고 게시물 내용도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며 “금방 진실을 밝힐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곧바로 가해자로 낙인이 찍히면서 나보다 가족들이 상처를 더 크게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님은 끝까지 복귀를 반대하셨다. 그래도 팬 여러분께 용서와 이해를 구하려면 결국 코트로 돌아오는 게 맞다고 생각해 복귀를 결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누명을 벗게 된 과정을 설명한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그는 쓰고 있던 마스크를 잠시 들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학창 시절 친구와 후배를 때린 적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리고 계속해 “그러나 이제는 부모님들끼리도 서로 왕래하고 지낼 정도로 피해자들과 관계를 회복한 상태다. 다시 한번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다”고 전했다.

현대캐피탈로 복귀한 이유에 대해 “원래는 모교 경희대 대학원에 진학해 학교폭력 문제 등에 대해 공부할 생각이었다”며 “그때 현대캐피탈 쪽에서 ‘코트 바깥에서 혼자 반성하는 것보다 학교 배구부, 유소년 팀 같은 곳에 봉사활동을 나가면 또 새롭게 느끼게 되는 점이 있을 거다. 그렇게 느끼는 게 있어야 학교폭력 피해 예방에도 진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생긴다’고 조언해줘서 입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V리그에서 통산 712블로킹을 기록 중인 박상하는 “예전에는 블로킹 1000개를 채우고 은퇴한 뒤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다. 그러나 이번 일을 통해 먼 미래를 계획하기보다 하루하루 탈 없이 사는 게 더욱 의미 있는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면서 “복귀를 예상하지 못해 몸을 거의 만들지 못한 상태다. 매일매일 반성하는 마음으로 성실히 살겠다”고 다짐했다.

천안=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