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제비 작가 개인전 ‘별과 바람 그리고…’ 스페이스 자모에서 20일까지

‘명상’ Acrylic sand on canvas 53×45.5cm(2020년). 화병의 꽃을 간결하게 그리고 그림자는 녹색으로 표현하는 등 정물에 상상을 더했다.
맑고 편안하다. 즐거운 기운을 불어넣는다. 밝은 색채로 정물, 인물, 풍경을 그린 류제비 작가(50)의 그림은 그렇다. 서울 마포구 ‘스페이스 자모’에서 20일까지 열리고 있는 류 작가의 개인전 ‘별과 바람 그리고 소년’에서 그의 회화 26점을 만날 수 있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일민미술관 등에서 그룹전을 열었고 수차례 개인전을 개최한 류 작가는 탄탄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영남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류 작가는 미술에서 가장 기본으로 여기는 정물화, 인물화, 풍경화에 집중해 작업하고 있다. 4일 만난 류 작가는 “늘 보던 화병에 담긴 꽃이 어느 날 완전히 새롭게 보이는 강렬한 순간을 경험했다. 내 마음이 달라진 것이다. 그 후 주변의 대상 하나하나가 신비롭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별을 보는 소년’ Acrylic on canvas 72.7×91cm(2021년). 꽃, 나무, 별 등을 처음 보듯 신기하게 여기는 소년은 순수함을 상징한다.
‘바람이 시작되는 곳’ Acrylic sand on canvas 96×50cm(2021년). 문, 지붕, 창문 외 장식이 없는 집들을 통해 단순함에 대한 갈망을 담았다. 스페이스 자모 제공
“종교는 없지만 명상하듯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해요. 슬픔과 기쁨은 종이 한 장 차이인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감정의 빛깔이 순식간에 달라지니까요.”
그의 작품을 본 이들은 “위안을 받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류 작가는 작업할 때 대략적인 구도는 생각하지만 색깔이나 배열은 감정에 따라 그때그때 결정한다. 최종적으로 어떤 작품이 나올지는 그 자신도 모른다. 그의 성격이 작품에 투영된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류병학 큐레이터는 “류 작가는 엉뚱하고 발랄하다. 개구쟁이 같으면서도 맑다. 그 심성이 작품에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류 작가의 이름은 시인인 어머니가 제비와 관련된 태몽을 꾸고 지은 본명이다. 그는 서명도 한자 ‘제비 을(‘)’을 쓴다. 어릴 때 이름 때문에 놀림을 너무 많이 받아 여러 차례 개명을 시도했지만 결국 바꾸지 못했단다. 그는 “작가가 되고 보니 개성 있는 이름인 데다 많은 분들이 쉽게 기억해 주셔서 좋다. 어머니가 먼 미래를 내다보신 것 같다”며 웃었다. 수∼일요일 오후 1∼6시. 무료.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