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7일 월요일 흐림. 들종다리. #349 Fleet Foxes ‘Meadowlarks’(2008년)
임희윤 기자
며칠 전부터 초저녁에 창문을 열면 괄괄한 울음소리가 들린다. 저리도 끝없이 울어대는 대상이야 따로 있는지 알 도리가 없지만 저이는 왠지 우리 집 안으로도 열심히 저 소리를 욱여넣는다. 풀벌레인지, 개구리인지 그의 얼굴이 요즘 퍽 궁금하다.
싱어송라이터 전유동은 지난해 낸 앨범 ‘관찰자로서의 숲’에 ‘그 뻐꾸기’라는 곡을 담았다.
전유동은 실제로 어딘가에서 특이하게 우는 뻐꾸기의 노래를 들었다고 한다. 어떤 종인지 언젠가는 알아내고 싶어서 그 멜로디를 틈나는 대로 흥얼거리며 되새겼다고.
‘도#-시-시-솔#’ 잊지 않으려는 절박함이 동력이 됐다. 급기야 이 멜로디를 주선율로 삼은 ‘그 뻐꾸기’라는 노래까지 만들었으니.
‘이 노래를 누가 불렀는지/도무지 알 길이 없었지 (중략) 언젠가 만날 수 있다면/내 이름을 알려줄 거야’
뻐꾸기가 작곡한 선율에 E장조라는 인간의 화성 체계를 얹어 전유동은 익살과 재치가 넘치는 사람의 노래를 지어냈다.
2008년 어찌 보면 시대착오적인 사이키델릭 포크 록을 홀연히 들고 나타난 미국 밴드 ‘플리트 폭시스’는 데뷔작에 소품 격인 ‘Meadowlarks’를 실었다. 말 그대로 들종다리 새에 관한 노래. 목가적인 G장조로 시작한 노래는 후반부에 굴절되듯 뒤틀린 조옮김(E♭M7-A♭)을 지나 몽환적인 합창으로 향한다. ‘Gm-G-Gm-G…’ 단조와 장조를 한 마디씩 오가는 이 피날레는 마치 결론이 묘연한 설화의 마지막 페이지 같다.
생명체가 저마다의 정한을 뿜어내는 계절이 도래했다. 그렇다면 나의 노래는 누굴 향한 걸까.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