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택지 조사 국토부 이전 추진 직원 20% 내년말까지 줄이기로 “개발정보 유출 우려 여전” 지적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갖고 있던 신도시를 포함한 공공택지 조사 권한을 국토교통부로 넘기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한다. LH 전체 직원의 20%인 2000명 이상을 내년 말까지 감축하고, 퇴직 후 취업제한 대상도 종전 7명에서 529명으로 확대한다. 하지만 개발정보 유출 우려가 여전한 데다 LH 조직개편안 발표를 8월로 미루면서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공언해 온 ‘조직 해체 수준의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와 기획재정부는 7일 이런 내용을 담은 ‘LH 혁신안’을 내놓았다. 3월 초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에서 LH 직원의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진 지 3개월 만이다. 혁신안에 따르면 앞으로 공공택지 조사 업무는 국토부가 맡는다. LH는 후속 절차인 택지 보상, 부지 조성, 주택 공급 업무만 담당한다. 이는 공공택지 조사부터 보상, 주택 건설까지 전 과정을 LH가 독점하는 구조가 투기의 근본 원인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공개 개발 정보를 직접 다루는 택지 조사 업무에서 LH가 완전히 손 떼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가장 관심을 모았던 LH 조직 개편안은 당정 간 이견으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미완의 혁신안’이라는 비판이 많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LH 직원이 하던 일을 국토부 공무원이 담당하는 것 외에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LH가 하던 택지조사, 국토부가 담당… ‘개발정보 독점’ 구조 그대로
핵심 빠진 LH 혁신안○ 미공개 개발정보 유출 우려 여전
국토부는 연내 공공택지조사과를 신설하고 택지입지 조사 전담 인력 20명 내외를 두기로 했다. 이는 LH에서 택지조사 업무를 담당하던 인력(80여 명)의 4분의 1 수준이다. LH보다 적은 인력으로 대부분 순환보직을 해왔던 공무원들이 그동안 하지 않던 택지 조사 업무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택지 조사 권한을 국토부가 갖더라도 결국 국토부가 이를 다른 산하기관에 맡기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제2, 제3의 LH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공직자를 통해 미공개 개발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아울러 정부는 LH에는 토지와 주택 공급, 주거복지(공공임대 공급) 등 핵심 기능만 남기고 다른 기능은 지방자치단체와 다른 공공기관으로 넘기기로 했다. 시설물 성능인증 업무와 안전영향 평가는 건설기술연구원으로, 국토정보화사업은 국토정보공사나 한국부동산원으로 넘기는 식이다. LH의 영향력과 큰 관련이 없는 부수적인 기능만 떼어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LH의 핵심 기능을 나누는 조직개편과 관련해선 당정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그 대신 토지개발과 주택 공급, 주거복지 등 LH의 3가지 핵심 기능을 어떻게 나눌지 3가지 대안을 놓고 공청회 등 의견 수렴을 거쳐 8월까지 최종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 조직개편 확정 못한 미완성 혁신안
정부가 내놓은 대안은 △LH를 토지개발과 주택 공급 및 주거복지로 분리하는 방안(1안) △LH에 토지개발과 주택 공급은 두고 주거복지만 떼어내는 방안(2안) △주거복지를 떼어내 모회사를 만들고 LH는 자회사로 두는 방안(3안) 등이다.LH 직원에 대한 인력 감축도 추진된다. 올해 3월 기준 LH 직원은 9907명으로 20%가 넘는 2000명 이상을 내년 말까지 줄이겠다는 것이다.
‘어떻게’ 인력을 감축할지가 관건이다. 정리해고는 사실상 불가능한데 다른 기관으로 인력을 재배치하는 것도 강제할 수는 없다. 명예·희망퇴직을 유도하고 신규 채용을 줄이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2017년 현 정부 출범 이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으로 LH 본사 직원을 1700여 명 늘려 놓고 다시 2000명을 감축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 직원과 직계가족의 부동산 보유 내역 등록을 의무화하고, 실제 사용하지 않는 토지 취득도 금지한다.
김호경 kimhk@donga.com·정순구·강성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