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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의원 12명 투기 의혹”… 명단 공개 안한 민주당

입력 | 2021-06-08 03:00:00

권익위 “의원 6건-가족 10건 의심”
당초 “엄단” 공언하며 조사 맡긴 與
결과 나오자 “소명 들어보고 결정”



국민권익위원회 김태응 부동산전수조사추진단장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등 부동산거래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권익위는 민주당 국회의원 및 가족 등 12명에 대해 부동산 투기 거래 의혹 16건을 적발하고 범정부 특별수사기구인 경찰청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에 이를 송부했다. 뉴시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전현희)가 7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원에 대한 부동산 거래 조사 결과 본인 및 가족이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현역 의원 12명의 사례를 적발해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에 송부했다. 이번 권익위의 조사는 3월 민주당의 의뢰로 시작됐다. 권익위는 이날 12명의 명단을 민주당에 전달했지만, 정작 민주당은 이날 부동산 부당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의원들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권익위는 민주당의 의뢰로 의원 174명과 그 직계존비속 등 816명의 7년간 부동산 거래 내역을 조사했다. 권익위는 “조사 결과 법령 위반 소지가 있는 의원은 본인 6명, 배우자 5명, 직계존비속 1명 등 12명으로, 건수로는 16건”이라며 “의원 본인 관련 의심 거래는 6건이고 나머지 10건은 가족 관련 의혹”이라고 밝혔다. 16건은 부동산 명의 신탁 의혹이 6건, 업무상 비밀 이용 의혹이 3건, 농지법 위반 의혹이 6건, 건축법 위반 의혹이 1건이다. 권익위는 업무상 비밀 이용과 관련해 “지역구 개발사업 관련 토지를 매입하거나, 대규모 개발 계획 발표 전 의원 본인이나 가족 명의로 부동산을 매수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수도권 지역의 초선 A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 개발사업과 관련된 정보를 입수한 후 지인과 함께 토지와 건물을 매수한 혐의로 권익위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6건 가운데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의 대상 지역이었던 3기 신도시 관련 의혹 2건도 포함됐다.

당초 민주당은 LH 파문 직후 여당 의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연이어 불거지자 “부동산 비리를 엄단하겠다”며 권익위에 조사를 맡겼다. 당시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권익위 결과를 있는 그대로 공개하고, 문제가 있는 의원은 단호히 법적·정치적 책임을 물을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권익위로부터 의혹 의원 명단을 전달받은 민주당은 “내용을 들여다본 후 구체적인 입장을 정할 예정”이라며 물러섰다. 여권 관계자는 “숫자가 너무 많은 만큼 일단 개별 의원의 소명을 들어보자는 쪽으로 당 지도부가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논란이 커지자 여당 지도부는 8일 투기 의혹을 받는 의원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이들에 대해 탈당 권유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與의원, 업무상 비밀 이용 부동산 매입… 3기 신도시 관련 의혹도”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를 있는 그대로 공개하고 문제가 있는 의원은 단호히 법적·정치적 책임을 물을 것.”(3월 30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당시 원내대표)

“결과를 면밀하게 들여다본 뒤 구체적인 입장을 정할 예정이다. 내일 지도부 회의를 통해 밝히겠다.”(6월 7일, 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

민주당은 7일 권익위의 전수조사 결과 당 소속 국회의원 12명이 땅 투기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부동산정책 실패로 4·7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뒤 정책 전환을 시도했지만, 정작 소속 의원들의 부동산 의혹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 여권 내에서도 “당 지도부가 의혹 의원 명단 공개를 주저하면서 일을 더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자 민주당 지도부는 8일 명단 공개와 후속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국회의원 6명, 가족 6명 합수본 송부

이번 조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확산되자 민주당이 이를 잠재우기 위해 전수조사 카드를 꺼내 들며 시작됐다. 3월 30일 민주당의 의뢰를 접수한 권익위는 4월 2일 조사단을 꾸려 국회의원 174명과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 등 총 816명을 대상으로 3기 신도시와 그 인근 부동산의 7년간 거래 내역을 조사했다.

김태응 권익위 부동산거래특별조사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법령 위반 의혹 소지가 있는 사례는 국회의원 6명과 국회의원 가족 6명 등 총 12명, 16건으로 확인됐다”며 “이에 대해서는 수사 필요성 등 판단을 위해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합수본)로 송부했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민주당 의원 출신인 전현희 위원장이 이끌고 있다.

유형별로는 16건 중 3건이 국회의원이 본인의 지역구 개발사업 관련 토지를 매입하거나 대규모 개발 계획 발표 전 부동산을 취득하는 업무상 비밀 이용 의혹이었다. 부동산을 매매하면서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린 부동산 명의 신탁 의혹,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농지로 등록하는 등 농지법 위반 소지가 있는 의혹이 각각 6건이었다. 건축법 위반 의혹이 1건 있었고, 3기 신도시와 관련된 의혹은 2건이었다.

○ 宋 “소명하고 돌아오면 된다” 조치 시사
명단 공개와 즉각적인 조치를 약속했던 민주당은 정작 권익위 조사 결과를 전달받고도 의원 12명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조사 주체인 권익위는 이날 “합수본 수사로 결론 내야 할 사항”이라며 브리핑에서 의원 실명을 발표하지 않는 대신 상세한 조사 자료를 민주당에 전달했다.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배경에 대해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은 관련 내용을 통보받고 연관된 내용을 면밀하게 들여다본 후에 구체적인 입장을 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송영길 대표 역시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지도부와 함께 논의해서 방침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당초 민주당은 권익위 발표 뒤 긴급 최고위원회 개최를 검토했지만, 결국 열지 않았다. 이를 두고 여권 안팎에서는 “의혹 연루 의원이 두 자릿수가 넘는 만큼 지도부도 당혹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당초 송 대표는 2일 “민주당은 앞으로 본인 및 직계가족의 입시 비리, 취업 비리, 부동산 투기, 성추행 연루자는 즉각 출당 조치하고 무혐의 확정 이전까지 복당 금지 등 엄격한 윤리기준을 적용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후폭풍을 스스로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당 지도부는 결국 명단을 8일 공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송 대표는 이날 주변에 “다음 총선까지 3년이나 남았는데, (출당 조치를 당하더라도) 소명하고 깨끗하게 돌아오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익위 조사 결과가 나온 만큼 당 차원의 조치는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야당은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조사해 놓고 의원들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는 것은 국민 기만”이라고 성토했다. 국민의힘 안병길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경중에 상관없이 국민 눈높이에서 조그마한 의혹까지 모두 포함했다고 하면서 정작 의혹 대상자에 대한 공개 없는 조사 결과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이러기 위해 그토록 야당이 주장하던 성역 없는 검찰 조사, 감사원 감사와 국정조사마저 거부했던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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