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s1
국내 유통 양대산맥을 이끄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만났다. 양측 모두 오프라인이란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변수는 매각 금액이다. 5조원에 달하는 매도자 희망 가격은 객관적으로 부담이다. 결국 신동빈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가운데 누가 더 인수의지가 강한가에 따라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 2% 부족한 롯데온, 이베이 날개 달고 비상?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이베이코리아 매각 주관사가 진행한 본입찰에 롯데와 신세계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특히 경쟁 상대가 인수하는 시나리오 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막대한 인수금액이다. 양측의 입찰 금액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미국 이베이 본사는 이베이코리아 매각금액으로 5조원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 모두 온라인 강화에 목이 목마른 상황인 만큼 이에 근접한 금액을 써냈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추후 우선협상자는 입찰 금액뿐 아니라 사업 계획 등을 검토 후 결정된다. 다만 M&A 시장 특성상 높은 입찰 금액을 써낸 기업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업계에선 롯데가 상대적으로 적극적으로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타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2019년 티몬 인수를 논의했지만 가격 합의점을 찾지 못해 불발된 경험이 있다. 올해는 당시와 상황이 다르다. 야심 차게 출발한 롯데온이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어 반전 카드로 이베이코리아를 1순위에 올려놨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온라인 위기감으로 수조원이 필요한 통 큰 결정에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지난해 외신과 인터뷰에서 “매년 1조원 적자를 내는 기업과는 경쟁하지 않겠다”라고 언급했다. 당시 쿠팡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후 상황은 신 회장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쿠팡의 로켓배송 선호도는 급성장했고 미국 뉴욕 증시 상장까지 이어졌다. 상장 이후 엄청난 물량공세로 빠르게 시장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 불과 1년 만에 유통업 환경은 180도 달라진 셈이다.
◇ 인수합병 SSG닷컴에 집중…이베이코리아 군침
정용진 부회장도 온라인에 목말라 있다. SSG닷컴이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지만 쿠팡과 네이버와 비교하면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네이버와 지문 맞교환이란 혈맹을 맺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신세계그룹의 인수합병은 SSG닷컴에 집중됐다. 지난 4월 2650억원을 투입해 W컨셉을 인수했다. 올초엔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위해 야구단 SK와이번스를 인수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이러한 정 부회장의 SSG닷컴 키우기 행보를 비춰보면 이베이코리아 인수 의지를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다. 신선식품을 앞세운 SSG닷컴의 강점에 이베이코리아의 오픈마켓을 더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셈이다.
이마트도 매장 세일앤리스백을 통해 꾸준하게 실탄을 마련했다. 1분기 기준 현금및현금성 자산은 1조637억원으로 롯데쇼핑(2조8615억원)에 비해서는 다소 떨어진다. 하지만 네이버라는 막강한 후원군이 있는 만큼 자금력에서 밀리진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상장 이후 이베이코리아 가치가 재평가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직매입 쿠팡과 절대적인 비교는 어려운 만큼 온라인 강화 의지에 따라 새주인이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