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옹호론자가 이끄는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이 비트코인을 사들이기 위해 4000억 원이 넘는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회사는 이전에도 회사채를 발행해 비트코인을 매입했다가 손실을 입었다.
7일 미국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나스닥 상장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총 4억 달러(약 4457억 원)에 이르는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발행 목적을 ‘비트코인 매입을 위한 자금 조달’이라고 명시했다. 이 회사는 2월에도 비트코인을 매입하려 10억5000만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지난해에도 같은 이유로 16억 달러에 이르는 회사채를 발행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기존에 보유한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해 올해 2분기(4~6월)에만 최소 2억8450만 달러(약 3170억 원)의 손실을 냈다. 3분기 손실도 2억8450만 달러(약 31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사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클 세일러는 열혈 비트코인 옹호론자다. 그는 지난해 7월 비트코인 매입 계획을 처음 밝혔고 올 4월에는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거대 빅테크 기업들을 쉽게 넘어설 것”, “비트코인 시총이 100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본업은 기업용 소프트웨어 판매지만 비트코인 투자로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세일러는 ‘비트코인 이즈 호프(Bitcoin is Hope·비트코인이 희망이다)’라는 이름의 사이트도 운영 중이다.
각국 금융당국이 본격적으로 가상화폐 규제에 나서며 코인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기업 인수 등 본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투자 대신 변동성이 큰 자산에 대한 투기 목적으로 회사채가 발행된다며 경고에 나섰다. 씨티그룹은 4월 투자보고서에서 “마이크로스트레티지가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매우 공격적이고 투자자들이 거래를 끊는 이유가 될 수 있다”며 “이 회사 주식을 팔라”고 했다. 투자회사 컴버랜드 어드바이저스의 데이비드 코톡 최고투자책임자는 “이 같은 투자는 ‘투기’”라고 비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