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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아까워 강행하는 도쿄올림픽… 후대에 남겨줄 유산 있을까[수요논점/양종구]

입력 | 2021-06-09 03:00:00

올림픽 가치 퇴색 논란




2020 도쿄 올림픽 개회식이 열리는 일본 도쿄의 국립경기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1년 연기돼 치르는 도쿄 올림픽에 대해 반대 여론이 높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가 상업적 정치적 이유로 강행하면서 올림픽의 가치가 더욱 하락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도쿄=AP 뉴시스

양종구 논설위원

《올 4월 전 세계 대학 부설 올림픽연구센터 온라인 세미나가 열렸다. 42개 연구센터 중 30개 센터장들이 참여했다. 토론 주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어젠다 2020에 따른 스포츠를 통한 사회 발전이었다. 당시 참여자들은 2020 도쿄 올림픽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는데 전반적으로 개최 실익이 전혀 없다는 쪽이었다. 세미나에 참석했던 홍석표 강원대 올림픽연구센터장(스포츠과학부 교수)은 “최소 인원 참가와 해외 무관중 등 반쪽짜리 올림픽이 된 데다 조만간 유명 스타 및 선진국들이 보이콧을 시작할 수도 있다며 도쿄 올림픽 개최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정치-상업화에 무너진 올림픽 가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1년 연기돼 치르는 2020 도쿄 올림픽의 개막(7월 23일)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일본 국민들과 아사히신문, 해외 유수 언론들도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올림픽을 취소해야 한다”고 하지만 IOC와 일본 정부는 “취소는 없다”며 강행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로선 도쿄 올림픽 성공을 통해 9월 재집권을 달성하겠다는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었다. 이렇기 때문에 코로나가 잡히지 않는 가운데도 올림픽 개최를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7월 초 도쿄도 의회 선거에서 승리하고, 7월 말까지 고령자에 대한 코로나 백신 접종 완료, 그리고 도쿄 올림픽 성공 개최가 시나리오였는데 코로나 확산이 멈추지 않자 올림픽 개최 반대 등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스가 총리는 7일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에서 37%로 역대 최저치 지지율이란 성적표를 받았다.

올림픽을 취소할 경우 일본은 18조 원, IOC는 방송 중계권 수익에서 3조∼4조 원의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도 올림픽 강행의 주요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IOC는 관중 없이 TV 중계만 해도 되는 상황에서 올림픽을 굳이 취소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도쿄 올림픽 개최 강행을 IOC 상업화의 극치로 보는 대목이다. 홍 교수는 “올림픽은 전 세계인이 참여해 평화를 추구하는 스포츠 제전이다. 지금의 IOC는 올림픽이 코로나 확산의 기폭제가 될 수 있는데도 돈벌이에만 집착하고 있는 듯 보인다”고 비판했다.


유산보다 IOC-개최국 이익 우선


IOC는 도쿄 올림픽 기간에 선수들이 코로나19에 걸리면 ‘본인 책임’이라는 서약을 요구해 파문이 일었다. 라나 하다드 IOC 최고운영책임자가 지난달 말 제네바에서 열린 온라인 포럼에서 선수들의 코로나 감염 시 주최자는 면책된다는 동의서에 서명을 받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IOC와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방역 대책을 정리한 책자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오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올림픽은 그 어느 때보다 참가자들의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일본은 백신 접종률이 한 자릿수에 불과하고 하루 1000명 이상의 신규 환자가 쏟아지고 있다. 자칫 올림픽이 코로나 확산을 가속화시킬까 우려해 일본 국민들이 올림픽 개최를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IOC와 도쿄올림픽조직위가 선수들의 안전에 대한 확신을 주기는커녕 감염에 따른 책임을 선수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올림픽 정신에 위배되는 행태다. IOC와 일본이 올림픽의 주인공인 선수들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로 정치적 경제적 잇속만 차리고 있어 비판을 받고 있다. 이렇게 치러진 도쿄 올림픽은 후대에 어떤 교훈이 되는 레거시를 남겨 줄 수 있을까.


올림픽은 더 이상 영광이 아닌 족쇄


2018 평창 겨울올림픽, 2020 도쿄 여름올림픽,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아에서 3번 연속 열리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아시아가 세상의 중심이 된 것일까. 아니다. 과거와 같이 선진국에서 올림픽을 개최할 의사가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개최에 열정적이었던 한국, 정치적 목적이 있었던 일본, 자신들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것을 과시하고 싶었던 중국 등은 개최 목표가 확실했지만 다른 나라는 개최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었다. 2016년까지 개최된 여름 및 겨울 올림픽 50회(전쟁 취소 제외) 중 아시아 개최는 단 5번이었다. 모두 유럽과 북미의 선진국이 개최했고 2016년만 남미 브라질에서 열렸다.

IOC는 2022년 겨울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2015년 큰 혼란을 겪었다. 오슬로(노르웨이) 등 유럽 도시들, 아시아 2개 도시(중국 베이징, 카자흐스탄 알마티)가 개최를 희망했다가 유럽 도시들이 천문학적인 개최 비용과 주민 반대 등으로 일찌감치 포기한 것이다. IOC가 최종으로 오슬로, 베이징, 알마티로 좁혔는데 막판에 오슬로까지 개최를 포기하면서 결국 베이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다 보니 IOC는 향후 개최 도시 선정이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결국 2019년 ‘개최 7년 전 개최 도시 선정’이란 올림픽헌장을 ‘언제든 적당할 때’로 바꿨다. 그리고 1924년 이후 100주년 기념 개최를 희망한 프랑스 파리에 2024년 여름올림픽을, 파리와 경쟁하려고 했던 로스앤젤레스(미국)에 2028년 여름올림픽 개최권을 일찌감치 떠넘겼다.

IOC는 개최국 도시 분산 개최는 물론이고 국가 간 도시 분산 개최까지 가능하게 하고, 개최 비용의 최소화를 위해 기존 시설 활용도 강조하고 있지만 올림픽을 개최하려는 국가와 도시는 줄고만 있다.

정치적 중립 강조한 ‘올림픽 정신’ 흔들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제정한 ‘올림픽 헌장’에는 ‘어떠한 종류의 시위나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선전을 올림픽이 치러지는 장소, 경기장 등에서 금지한다’고 명시했다. 스포츠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한 것이다. 각 국가올림픽위원회(NOC)도 정치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정작 IOC 자체가 정치적인 행보를 많이 보였다. 사실상 물 건너갔지만 2032년 여름올림픽 남북 공동 개최에 대해 IOC도 적극적이었다. 노벨 평화상 수상을 노린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남북 관계가 좋을 때인 2018년 평양까지 방문했을 정도다. 하지만 북한이 돌변하면서 한반도에서 긴장이 완화되지 않자 올 초 2032년 여름올림픽 우선 협상 도시로 브리즈번(호주)을 선택했다.

올해 도쿄 올림픽에서도 IOC는 정치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홈페이지에 독도를 자국 영토로 표시한 데 대해 한국 정부가 항의하며 IOC의 중재를 부탁했지만 묵묵부답으로 방관하고 있다. 2018년 평창 올림픽 땐 일본의 반발에 남북한 한반도기에서 독도를 빼라고 했던 IOC였다. 경제대국 일본의 심기를 건드리기 싫다는 행보다.

과거 올림픽은 정치에 유독 휘둘렸다. 독일 아돌프 히틀러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나치 이데올로기 확산의 기회로 이용했다. 1980년 모스크바 대회는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항의해 60여 개국이 보이콧해 반쪽 올림픽으로 치러졌고,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도 동구권의 보복 보이콧으로 반쪽 올림픽이 됐다.


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