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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지만 소박한 보사노바[김학선의 음악이 있는 순간]

입력 | 2021-06-09 03:00:00

<14> 이상순―너와 너의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확실하진 않겠지만 이제 이상순이란 이름을 모르는 사람보단 아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특히 젊은 세대에게 이상순은 웬만한 가요계 슈퍼스타만큼 지명도가 있다. 얄궂게 ‘이효리의 남편’으로 얻은 명성이 더 크겠지만 아는 사람은 안다. 지금껏 이상순이 얼마나 멋진 음악을 해왔는지. 그래서 앞의 문장에서 ‘아는 사람’은 음악을 아는 사람이 된다. 속칭 ‘선수들’은 이상순의 음악을 기다려왔다.

그에 대한 정보는 대략 이렇다. 군에서 전역한 뒤 1997년부터 세션 활동을 시작했고, 1998년에 철저히 묻힌 베이비 블루의 멤버로 활동했다. 그의 이름이 음악 팬에게 알려진 건 이후 롤러코스터 멤버로 활동하면서부터다. 알려졌다고 쓰긴 했지만 3인조 롤러코스터 안에서 리더인 지누와 보컬리스트 조원선에 비하면 가장 인지도가 작았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안다. 그의 기타 연주가 롤러코스터 안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를. 화려한 기타 솔로도 없고, 현란한 기술도 드러내진 않았지만 그의 기타는 소금과도 같았다.

생각해 보면 그의 음악 이력 전체가 이런 소금 같은 역할이었다. 김동률과 함께한 베란다 프로젝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나긋하게 기타를 튕기며 뒤에서 살짝 목소리를 얹는다.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앨범’상을 받은 윤영배의 ‘위험한 세계’ 프로듀서를 맡으면서도 그는 뒤로 물러나 있었다. 이런 큼직한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이상순의 이름이 들어간 결과물은 대부분 같은 방식이다.

언제부턴가 그는 노래도 직접 하기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는 자신이 연주하는 기타 연주를 꼭 닮았다. 굳이 존재감을 드러내려 애쓰지 않으면서도 고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얼마 전 이상순은 자신의 목소리가 담긴 4곡짜리 EP ‘Leesangsoon’을 발표했다. 음악 생활 한 지 20여 년 만에 본인의 이름을 건 첫 솔로 음반을 낸 것이다.

음반 안에는 그가 애정을 가져온 브라질과 남미 음악이 ‘이상순화’돼 담겨 있다. 이상순화라는 건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다. 타이틀곡이자 첫 곡인 ‘너와 너의’를 들어보자. 그는 평온한 일상이 묻어 있는 목소리로 노래하고, 예의 나긋한 기타로 노래를 감싼다. 볕 좋은 오후에 들으면 더욱 좋을 음악이다. 그의 목소리에선 어떤 욕망도 느껴지지 않는다.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자극적으로 시선을 끌려고 하지도 않는다.

한동안 ‘스웨그(swag)’란 말이 유행했다. ‘관종’이란 말도 여전히 인터넷 세상을 점령하고 있다. 이상순의 음악은 이런 낱말들과는 구만리쯤 떨어져 있다. 애써 자신을 돋보이게 하지 않고 20년 동안 음악을 해오면서 신뢰할 수 있는 이름이 됐다. 그래서 그는 역설의 존재 같기도 하다. 무감한 듯 노래하며 감정을 일게 하고, 특별하지 않게 특별함을 만들어낸다. 특별하지만 소박한 보사노바 음반 하나가 지금 계절에 우리 앞에 왔다.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