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대검 정면충돌]대검, 조직개편안에 조목조목 반박
“직접 수사는 일선 검찰청별로 형사부 한 곳에서만 하라는 것인데 과부하가 걸릴 게 뻔하다. 그 부에만 검사 50명을 두라는 얘기인가.”
김오수 검찰총장이 7일 주재한 대검 부장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추진 중인 ‘검찰 조직개편안’에 대해 한목소리로 반대 의견을 냈다고 한다. 참석한 부장(검사장) 7명은 “해당 개편안은 검찰청법에 어긋나고, 시행될 경우 검찰의 범죄 대응 역량이 떨어질 수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한동수 감찰부장 등 친정부 성향으로 알려진 검사장들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한다.
○ 대검 “조직개편안 시행되면 수사 공백 심각”
대검찰청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무부의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을 제외한 전국 17개 지방검찰청에서는 형사부 중 ‘말(末)부’만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아 직접 수사에 나설 수 있다. 소규모 지청이 6대 범죄를 수사하려면 장관 승인까지 얻어야 한다.
대검 부장회의 참석자들은 “당장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내년 상반기에는 직접 수사를 담당하는 형사부 말부의 업무가 마비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검찰 형사부 한 곳이 공소시효 6개월인 선거사범 수사에 전념하는 동안 다른 민생 사건 수사는 ‘올스톱’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검은 “법으로 보장된 일선 지검장, 지청장의 사건 배당 및 재배당 권한을 박탈하는 것이어서 위법 소지가 있다”고 했다. 검찰청법은 총장과 일선 지검장, 지청장에 대해 사건 배당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대검은 각 검찰청 형사부에서 총장의 승인을 받아 수사하도록 하는 것은 대검 예규로 정해야 할 문제라고 보고 관련 예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그동안 공들여 추진해 온 ‘형사부 전문화 방향’에도 어긋난다는 의견도 있다. 각 지방검찰청 형사부마다 보건, 의약, 조세, 범죄수익 환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길러온 공인전문검사들이 배치돼 있는데 이런 전문 인력이 정작 수사에 나설 수 없는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 박 장관, 일부 타협하며 김 총장 체면 세워줄 듯
최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서울고검장으로 영전시키는 등의 검찰 고위 간부 인사가 이뤄지면서 검찰 안팎에서는 김 총장이 정권의 편향적 인사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됐다. 또 이미 김 총장 취임 전부터 일선 검찰청의 검사들 대다수가 법무부의 조직 개편안에 대해 ‘위법 부당’하다는 의견을 대검에 전달한 상태였다.
박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를 마치고 법무부 과천청사로 복귀하면서 기자들에게 “(대검의 입장이) 상당히 세다”며 “법리에 대한 견해차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외견상 견해차를 드러내긴 했지만 박 장관이 김 총장의 의견을 일부 수용하는 쪽으로 타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김 총장이 이례적으로 박 장관과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를 취한 것은 최근 검찰 고위 간부 인사 여파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며 “박 장관이 일부 내용을 수정하면서 김 총장의 체면을 세워주는 쪽으로 타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도예 yea@donga.com·배석준·황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