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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부동산 내로남불’에 초강수… “일방적 탈당 권유” 잇단 반발

입력 | 2021-06-09 03:00:00

[與의원 부동산 투기 의혹]투기의혹 12명 탈당권유 ‘정면돌파’



경기 부천시 고강동에 있는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 소유의 토지와 건물 모습. 민주당은 8일 업무상 비밀을 이용해 토지와 건물을 소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서 의원을 비롯해 본인 및 가족들의 부동산 관련 의혹이 제기된 소속 의원 12명에게 탈당 및 출당을 권유했다. 부천=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부동산 쇼크’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당 지도부가 내린 ‘12명 탈당’ 카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원내대표를 지낸 우상호 의원, 지명직 최고위원인 김주영 의원, 당 법률위원장인 김회재 의원 등이 탈당 대상자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부동산 전수 조사 결과를 전달 받은 당 지도부는 8일 고심 끝에 출당 및 탈당 권유라는 강수를 뒀다. 부동산 문제를 끊어내지 못할 경우 내년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부동산 리스크’ 정면 돌파 의지

송영길 대표는 이날 오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권익위 조사 자료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격론 끝에 민주당은 12명의 명단을 공개하고 전원 탈당을 권유하기로 결론 냈다. 탈당 시 의원직을 상실하는 비례대표의 경우 출당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수사를 받고 깨끗하게 의혹을 털어낸 뒤 돌아오라”는 취지다. 송 대표는 이 과정에서 눈물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 대표와 우 의원은 연세대 동문으로 학생운동을 같이한 사이로 송 대표는 우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명단 포함 사실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지도부가 고심 끝에 이런 조치를 내린 것은 여권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란을 매듭짓겠다는 의도도 담겼다. 송 대표는 이날 YTN 인터뷰에서 “(민주당에) 너무나 국민적 불신이 크고 ‘내로남불’,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 예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간 민주당이 했던 말들도 부메랑이 되어 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권익위에 조사를 의뢰할 당시 김태년 원내대표는 “결과를 있는 그대로 공개하겠다”고 했다. 강병원 최고위원도 이날 CBS 라디오에서 “국민 앞에 했던 (공개)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 우상호 등 강력 반발

그러나 당내 일각에선 “과한 대처”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경미한 사례까지 일괄적으로 출당 권유를 한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명단에 포함된 일부 의원들은 출당을 거부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농지법 위반 의혹을 받는 우 의원은 “지난 22년간 당을 떠난 적이 없는데 이런 사유로 탈당을 권유받는 것이 대단히 당혹스럽다”고 했다. 무주택자인 우 의원은 “어머니 묘지 허가를 받는 데 수개월이 걸린다고 해서 포천시청의 안내를 받아 가매장했다”며 “농사를 안 지으면 큰일 난다는 걸 알아서 수시로 가족과 농사를 지었다”고 해명했다. 같은 의혹을 받고 있는 오영훈 의원도 제주감귤협동조합에서 영농활동을 한 서류를 제시하며 “사실관계 확인 없이 이렇게 일방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탈당을 거부했다.

두 의원과 김한정 김회재 의원 등 4명의 의원은 탈당을 거부했지만 서영석 의원 등은 “진실을 밝힌 뒤 돌아오겠다”며 탈당 의사를 밝혔다.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을 받고 있는 윤미향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시어머니 홀로 거주하실 (경남) 함양의 집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집안 사정상 남편 명의로 주택을 구입하게 됐다”며 “지난해 당의 1가구 1주택 방침에 따라 배우자 명의에서 시어머니 명의로 주택을 증여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 ‘빅3’ 대선 캠프도 비상

여권의 ‘빅3’ 대선 캠프도 충격에 빠졌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돕는 핵심 의원 그룹인 ‘7인회’의 경우 임종성 문진석 의원이 탈당하기로 하면서 이번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측 역시 ‘이낙연계’의 핵심인 오 의원이 명단이 포함됐다는 사실에 놀라는 모습이다. 김주영 윤재갑 의원도 이 전 대표를 돕고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돕는 의원들 중에서는 김회재 김수흥 의원의 이탈이 불가피하게 됐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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