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19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여성도 징병대상에 포함시켜 주십시오’ 청원글. (‘청와대 국민청원’ 갈무리) © 뉴스1
앞서 여성징병제 논의는 지난 4월 대선 출마를 앞둔 정치인들로부터 촉발됐다. 여기에 청와대 국민청원에 여성징병을 촉구하는 내용의 청원이 호응을 받으며 논의가 확산됐다.
지난달 19일 마감된 해당 청원엔 총 29만3140명이 동의했다.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의 답변에 필요한 20만 명을 훌쩍 넘긴 수치다.
하지만 최근 공군에서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던 여성 부사관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며 유의미한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아졌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 조직은 여전히 남성 중심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 여성징병제 논의가 여군의 실태를 이해하지 못한 채 ‘불공정’ 해소만을 이유로 악용됐단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이남자(20대 남자)’ 표심 잡기에 나선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적 공약이었단 비난도 일고 있다.
다만 일각선 해묵은 논쟁인 여성징병제를 이번에도 해소하지 못한다면 또다시 ‘젠더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여성징병 논란에 대한 대답을 미룰 것이 아니라, 오히려 논란에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라고 주장하고 있다. 군 조직이 여성에 적합하지 않다는 변명 대신 여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군 조직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목소리다.
방혜린 군인권센터 상담지원팀장은 “여성징병 논의가 나오며 정작 육군사관학교에 여성 비율이 10%로 제한돼 있다거나, 여성 부사관 고용률이 낮게 책정돼 있단 점은 부각되지 않았다”며 “(여성징병 논의가) 보복식 징병 요구에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 여군의 실태를 점검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7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 이모 중사의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이 조문을 하고 있다. 2021.6.7/뉴스1 © News1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2019년 군대 내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보면 남성 간부와 여성 간부가 느끼는 인권침해 요소엔 차이가 있다. 남성 간부의 경우 부당한 대우로 ‘사적인 명령(16.8%)’과 ‘언어폭력(13.5%)’ 등을 꼽았지만, 여성 간부는 ‘차별(26.4%)’을 가장 많이 꼽았다.
또 다른 한편에선 병역의무 이행에 대한 적절한 보상도 짚고 넘어가야 여성징병이 더 이상 갈등으로 소비되지 않을 수 있단 분석도 제기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