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들의 총파업이 시작된 9일 서울 송파구 복합물류센터에 배송물품들이 쌓여있다. © 뉴스1
9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 서울복합물류센터에서는 택배노조에 가입한 택배기사들의 파업이 진행됐다. B동 1층에서는 이날부터 택배기사들이 전면파업에 돌입하면서 하얀 스티로폼과 종이박스 등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배송 자체가 중단되면서 분류작업을 위해 투입된 도우미들도 보이지 않았다.
지난 이틀간 쌓인 물품이 600개에 달한다는 택배기사 유모씨(70)는 “물량을 처리하지 못하면 택배기사들도 부담이 될수밖에 없다”며 “택배사들이 보완책도 없이 (합의 내용을) 1년간 유예하겠다고 하는 것은 함께 약속했던 내용을 지키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택배사들도, 기사들도 손해를 보는 상황이니만큼 빨리 합의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9일 오전 서울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택배 기사들이 배송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2021.6.9/뉴스1 © News1
반면 쟁의권 없는 노조가 일하는 4층에서는 11시 출차를 위한 택배 분류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이날은 회사에서 약속한 도우미가 11명씩 전원 투입됐다. 노란조끼를 입은 도우미들은 차례로 내려오는 물품을 분류했고 택배기사들은 본인에게 배당된 물품을 열심히 싣고 있었다.
택배기사들은 회사 측에서 파업을 감안해 하루 5000~6000개에 달하는 물품을 그 절반 수준인 2500여개로 제한해서 보냈다고 전했다. 하지만 11시 전에도 분류작업이 끝나기 힘들어 그 절반 수준만 출차될 거라는 게 이들의 예측이다.
A씨(50)는 “분류작업자를 투입해줬기 때문에 우리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 11시 전에 배송할 수 있는 물품들은 다 배송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회사의 분류작업 인원 투입에 대한 불신도 있었다. A씨는 “이전에도 이슈가 되면 분류작업 인원을 넣어주고 또 시간이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가곤 했다”며 “밀려드는 물량은 우리가 다 처리할테니 분류작업 인원을 확실하게 넣어달라는 게 우리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B씨는 “더운 날에는 땀 흘리며, 추운 날에는 떨면서 자식들 볼 시간도 없이 일했다”며 “택배기사들도 손해를 감수하고 더 나은 노동환경을 위해 파업을 선택한만큼 사회적 합의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9일 서울 송파구 복합물류센터에서 ‘9시 출근, 11시 출차’ 파업에 참여한 택배기사들이 분류된 물품을 차량에 싣고 있다. © 뉴스1
그러나 업계에서는 노조 가입자가 전국 택배기사의 10% 미만 수준으로 실제 파업 참여 인원은 더 적은 만큼, 큰 흐름에서 배송에 차질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노조 가입비율이 높은 경기 성남·울산·창원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배송 지연과 같은 일부 차질은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