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정부 주도 개발한 ‘코비박’ 제조… 국내 업체가 1억 도스 분량 맡을 듯 러 1호 백신도 추가 생산 계약 성사… 노바백스-아스트라-모더나도 위탁 “자체 기술 없인 하청기지” 우려도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잇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국내 위탁생산을 따내면서 한국이 코로나19 백신의 생산 거점 기지로 거듭나고 있다. 업계는 다양한 백신의 위탁생산(CMO)과 기술이전 등으로 국내 백신 기술이 진일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코비박’을 개발한 러시아 연방 추마코프 면역생물학연구개발센터 연구소장 등 러시아 정부 소속 연구소 관계자들이 12일 엠피코퍼레이션(MPC) 등과 백신 생산을 위한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하기 위해 방한한다. 논의 중인 생산 규모는 원액 생산(DS)을 포함해 1억 도스 분량이다.
코비박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똑같은 구조를 지닌 ‘죽은 바이러스’를 몸속에 넣어 면역체계를 자극하는 ‘사백신(불활성화 백신)’ 방식의 백신이다. 몸 안 면역세포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항할 항체를 생성하도록 학습시킨다. 죽은 바이러스를 넣기 때문에 독성이 없고, 부작용이 적은 장점이 있다. 냉장 보관으로 유통이 가능하다. 자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2상 시험에서 최고 95%의 예방률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한국에서 생산하는 코로나19 백신이 5종으로 늘게 되면서 ‘K제약바이오’의 백신 생산 능력이 껑충 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2월 미국 제약사 노바백스와 코로나19 백신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이 받는 노바백스 백신 4000만 도스는 전량 SK바이오사이언스가 기술을 이전받아 국내에서 생산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초부터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의 원액 및 완제 생산도 맡고 있다.
지난달 미국 제약사 모더나와 충진, 포장 등 완제의약품(DP) 위탁생산 계약을 따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내년 상반기(1∼6월)까지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의 원액을 생산할 수 있도록 설비를 증설할 계획이다. 최근 모더나 최고사업책임자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mRNA 백신 원액을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원천기술 확보와 자체 개발이 뒤따르지 않으면 한국이 단순한 ‘백신 하청기지’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정부와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코로나19 ‘국산 백신’ 개발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 진원생명과학, 제넥신 등 6곳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3분기(7∼9월) 중 임상 3상에 돌입할 수 있도록 최근 임상 규제를 다소 완화했다. 권덕철 글로벌 백신 허브화 추진 태스크포스(TF) 팀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한국을 세계 백신 허브로 만들기 위해 민간 중심으로 현장자문단을 꾸려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고 규제 개선 사항도 적극적으로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