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조직 ‘암호화 메신저’에 골머리 대화 가로챌 수 있는 메신저앱 개발 범죄자들에 인기… 1만2000명 사용 작전명 ‘트로이 방패’ 800여명 체포
8일 국제 공조수사 ‘트로이의 방패’ 작전 로고를 배경으로 선 수잰 터너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 그는 이 작전의 담당자이며 로고의 국기는 작전에 참여한 17개국을 뜻한다. 샌디에이고=AP 뉴시스
국제 범죄조직이 수년간 각종 범죄를 모의할 때 애용하던 암호화 메신저 앱이 사실은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개발해 침투시킨 ‘트로이의 목마’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FBI를 비롯한 각국 수사당국은 최근까지 100여 개 국가의 범죄조직이 이 앱을 통해 벌이는 모의를 낱낱이 지켜보며 범죄를 예방하는 한편 800여 명을 체포하는 데 성공했다.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범죄조직이 쓰는 암호화된 메신저로 골머리를 앓던 FBI는 2018년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FBI가 메시지를 몰래 가로챌 수 있는 앱을 개발해 범죄자들 사이에 퍼뜨리기로 한 것이다. 작전명은 ‘트로이의 목마’에서 따와 ‘트로이의 방패’라고 붙였다.
FBI는 그해 초 범죄조직을 위해 통신보안 장비를 만들던 전문가를 포섭해 메신저 앱 ‘Anom’을 개발했다. 메시지가 암호화되는 이 앱은 기존 사용자의 추천을 받아야 가입할 수 있다. 또 앱이 깔린 특수 휴대전화를 암거래 시장에서 구매해야만 쓸 수 있다. 이 휴대전화는 검거에 대비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제거돼 있다. 6개월 사용료가 2000달러(약 223만 원)에 달했지만 범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최근까지 300개 이상의 범죄조직에서 1만2000명이 이 앱을 썼다고 FBI는 밝혔다.
지난 3년간 수많은 마약 밀수와 청부 살인, 불법 무기 거래 등의 범죄를 막는 데 사용됐던 ‘Anom’을 통한 함정 수사는 공조 수사에 참여한 한 나라에서 미국에 정보를 보낼 수 있는 관련 영장이 7일로 만료되면서 끝났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