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공급망 전략 보고서’ 공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올해 4월 열린 반도체 공급망 복원 화상회의에서 실리콘 웨이퍼를 들어 보이며 반도체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위싱턴=AP 뉴시스
반도체 배터리 등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산업 부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미국의 의지가 정부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백악관은 8일(현지 시간) 미국의 공급망 회복 등에 관한 전략을 담은 보고서를 공개한 뒤 주요 부처 장관을 일제히 불러 모아 이 문제를 놓고 회의를 열었다. 최근의 반도체 부족 사태를 미국이 얼마나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백악관이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는 반도체와 대용량 배터리, 희토류, 제약 등 4개 핵심 분야에서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들이 담겼다. 또 글로벌 공급망에서 세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민간 부문 및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내용이 많다. 이에 따라 조 바이든 행정부가 핵심 동맹국 중 하나인 한국의 역할에 거는 기대가 커질 수 있다.
백악관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8일 보고서 발표 후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을 비롯해 내무부 농무부 교통부 에너지부 국토안보부 장관과 무역대표부 식품의약국(FDA)의 수장들을 한꺼번에 백악관으로 불러 미국의 공급망 확보 계획을 주제로 회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을 포함해 국방부와 재무부 부장관도 참여했다. 러몬도 장관은 이날 별도로 낸 성명에서 “우리는 정부 혼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민간 부문이 이 위기에 대응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민간 기업뿐 아니라 동맹국들의 참여도 요청했다. 백악관은 보고서에서 “미국 혼자서는 공급망의 취약성에 대처할 수 없다”며 “국내 생산 능력을 늘리는 투자를 하는 와중에도 우리가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하는 필수 품목의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동맹국들과도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미국 일본 인도 호주가 참여하는 반(反)중국 협의체인 쿼드(Quad)와 주요 7개국(G7)을 협력 대상으로 거론했다. 최대 경쟁자인 중국을 겨냥해서는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응하는 ‘무역 기동타격대’를 설치하고 핵심 자원의 중국 의존도는 계속 줄여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서동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