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따지면 한우급…반찬에서 김치 빼야할 판

국내산 고춧가루 등 식자재 가격이 급등해 자영업자와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확산 후 손님이 뚝 끊긴데다가 중국산 김치 파동으로 속앓이를 했다. 소비자 불안이 확산되자 부담을 감수하고 국산 재료로 바꿨지만, 가격이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국산 고춧가루 1㎏ 소매 가격은 3만7548원을 기록했다. 1년 전 2만6080원 보다 44.0% 올랐다. 중국산 고춧가루(1만1940원) 가격보다 약 3배 높다.
건고추 가격이 지난해 10월부터 안정세를 찾지 못한 영향이 크다. 건고추(600g) 소매 가격은 2만313원으로 1년 전(1만2714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59.8%) 뛰었다. 국산 깐마늘·대파 1㎏은 각각 1만1414원, 3131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56.0%, 17.0% 올랐다. 지난해 긴 장마와 냉해 피해 등으로 직황 부진을 겪으며 공급량이 감소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국산 김치 기준이 애매하다’며 원산지 표기를 묻는 질문도 쏟아지고 있다. ‘국산 배추와 중국산 고춧가루로 김치를 담글 때 원산지 표시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 등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음식점에서 제공하는 김치는 배추, 고춧가루 각각 원산지 표기를 해야 한다. 원산지를 미표시한 음식점에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국산 고춧가루 70%, 중국산 30%를 사용한 경우에는 비중이 높은 순으로 ‘고춧가루: 국산, 중국산’이라고 표기하면 된다.
자영업자 A씨는 “국산 고춧가루를 쓰고 싶어도 단가를 맞추기가 힘들다”며 “매일 배추 손질하고 절여서 겉절이를 만든다. 김치 양념에도 공을 들이는데 배달 앱 리뷰에 ‘중국산 고춧가루라서 못 먹겠다’는 글이 달리니 기운이 빠진다. 김치는 무상 제공인데 중국산보다 3배 비싼 국산 고춧가루 가격을 어떻게 감당하느냐. 차라리 중국산 김치 쓰고 욕 먹는게 나을 것 같다. 너무 힘들어서 이럴 때는 왜 장사하나 싶다”고 토로했다.
B씨는 “중국산 김치 말이 많아서 국산 고춧가루를 쓰는데 정말 미친듯이 비싸다. ㎏당 따지면 한우급”이라며 “어쩔 수 없이 고춧가루만이라도 중국산을 써야 하나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C씨는 “김치 중국산이라고 하니 손님이 편의점 가서 사오길래 그릇을 내준 적도 있다”며 “반찬에서 김치를 빼야 하나 싶다”고 했다.
[서울=뉴시스]